이런 저런 일

카푸치노 블라스트(Cappuccino Blast)의 추억

지족재 2010. 6. 23. 01:41

 

카푸치노 블라스트(Cappuccino Blast)의 추억


  Oregon주 Corvallis에서 두 번째로 지내던 1년간의 생활은 단조로웠다. 가족 모두 그런 단조로운 일상에 충분히 익숙해 있었고, 오히려 그런 생활을 즐기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가끔씩은 그 단조로움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이 필요했다. 드라이브와 함께 카푸치노 블라스트는 그런 변화에 중요하게 기여했다. 카푸치노 블라스트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한번 맛본 이후로는 어쩌다 애호가가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운전할 때 졸음을 쫓는다는 핑계로 마셨지만, 나중에는 운전과 상관없이 마셨다. 게다가 잡사람도 좋아했다. 집에 있다가도 생각이 나면, 또는 집사람이 부탁을 하면 지체 없이 배스킨 라빈스(Baskin Robbins)로 갔다. 차로 10분은 가야 하는 다운타운임에도 행복한 마음으로 사러 갔다. 딸아이를 위한 밀크 셰이크까지 덤으로 샀다. 카푸치노 블라스트를 만드는 방법은 간단해 보였다. 에스프레소, 우유, 바닐라 아이스크림, 얼음을 믹서에 모두 넣고 잘 간다. 그것을 컵에 부은 후 휘핑크림을 얹고 계피가루를 뿌리면 끝. 에스프레소만 있으면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에스프레소를 집에서 만들 수는 없었다. 처음에는 영어가 서툴러 휘핑크림을 얹지 말라는 주문을 못했지만, 살다보면 요령이 생기는 법. 몇 번 사러 다니다 보니, 비록 broken 영어이기는 하지만, 하나에는 휘핑크림을 얹고, 다른 하나에는 휘핑크림을 얹지 말고 계피 가루를 많이 뿌리라는 주문도 통했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필요하면 다 하게 되는가 보다. 나른한 오후를 청량하게 지낼 수 있는 대가로 매번 10달러를 투자했다. 10달러면 오렌지가 한 상자라고 하면서도.

'이런 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로라  (0) 2013.12.29
Girl signs Christmas concert for deaf parents   (0) 2013.12.20
뉴스에서 본 슬픈 소식  (0) 2010.10.20
햄스터를 보내다  (0) 2010.06.26
연구실의 화초  (0) 2010.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