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햄스터를 보내다

지족재 2010. 6. 26. 19:27

햄스터를 보내다


올 초(2010년 3월)에 기르던 햄스터가 죽었다. 딸아이가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었다. 난 동물을 기르는 것에 관심이 없다. 큰 것이든 작은 것이든. 가두어 놓고 키우는 것이 싫다. 하지만 내 뜻과는 달리 때때로 피치 못할 경우가 생겼다. 햄스터가 오기 전에는 청거북 두 마리가 왔었고, 금붕어 두 마리가 왔었고, 토끼 두 마리가 왔었다. 모두 처남이 가져왔다. 돌 볼 사람이 없다고. 집사람은 동물에 손대기 싫어했다. 딸아이는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다 내 차지가 되었다. 사료를 주어야 했고, 우리를 청소해야 했다. 청거북 한 마리가 죽자 다른 한 마리도 오래지 않아 죽었다. 금붕어 두 마리는 하루 식사로 밥알 하나만 주면 되었다. 한 마리가 죽고 나서 다른 한 마리도 곧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혼자서도 꽤 오래 살았다. 토끼 두 마리를 보는 일은 괴로웠다. 너무 작은 우리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그 두 마리를 사왔던 곳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그러고 나서 햄스터가 왔다. 2007년 말인가. 딸아이가 햄스터 한 마리를 우리에 담아 가지고 왔다. 집사람은 질색했다. 집에서는 못 키운다고 하면서. 낙담한 딸아이를 위해 내가 연구실에서 키우기로 했다. 그런데 다음날 웬일인지 집사람이 딸아이가 키우는 조건으로 허락했다. 하지만 행스터의 뒤치다꺼리 역시 내 일이 되었다. 딸아이가 이따금씩 우리 청소를 해주긴 했지만. 낮에는 톱밥 속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어두워지면 움직였다. 장난감으로 넣어준 쳇바퀴를 밤새도록 돌렸다. 그 소리가 몹시 시끄러웠지만, 그 소리에 점차 익숙해져 갔다.

 

우리 안에서 폴짝거리는 햄스터가 안쓰럽긴 했지만, 우리 밖으로 꺼내놓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우리 밖에서 키운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햄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해바라기 씨. 먹이를 주다가 손가락을 물리기도 했다. 손가락에 매달리는 듯하더니 꽉 깨무는 게 아닌가? 그렇게 오랫동안 밥도 주고 우리도 청소해 주었는데. 바늘에 찔리는 듯한 통증이 왔다. 다행히 대단한 상처는 아니었고, 덧나지도 않았다. 그 뒤로 사료를 줄 때는 절대로 햄스터를 만지지 않았다. 그렇게 3년이 지났다. 어느 날 퇴근했는데 햄스터가 움직이지 않았다. 꽤 오래 산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제 밤에도 활발히 운동했고,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잘 있었는데 그렇게 갑자기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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