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문상을 다녀오다

지족재 2014. 12. 3. 03:18

문상을 다녀오다


  어제(12월 2일) K 선생의 부친상 소식을 듣고 N, Y 선생과 함께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올해 86이니, 그리 많은 나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한 1년여 동안 병원 출입을 하셨다고 한다. 먼저 온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 내게 가까운 일들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요즘 문자를 받으면 부모상, 아들딸 결혼 한다는 소식이 많고, 간혹 손자손녀 봤다는 소식도 올라온다고...  친구들 만나면 부모님 치매걸린 이야기 등을 하게 된다고... . 나도 늘 마음의 준비를 해 두고 있다고..... 벌써 그러지 않으면 안되는 때가 되었다. 어머니 아버지 모두 아직은 위험스런 조짐이 안 보이지만, 28년생, 32년생이시니 언제 그런 일이 닥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사실 내 자신도 걱정된다. 60이 다 되어가니 나 또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다. 그래도 치매가 심해져서, 또는 병이 길어져서 초라한 모습으로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지는 않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기 전에 이런 저런 정리를 해 두어야 하는데... 마음은 있지만 실행이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간단한 유언장을 써서 책상 곁에 두었다. 집사람과 딸아이가 혹시라도 우왕좌왕하지 않도록.... 집사람과 함께 납골당도 준비는 해 두었다. 상조도 들어두고.... 딸아이가 무난히 정착할 때까지는 더 살아서 도움을 주고 싶지만, 요즘 같이 불확실한 시대에 내게만 아무 일도 안 생기리라는 보장은 없다.  병원에 가서도 죽는 세상이니... 내가 조심한다고 사고 안나는 세상도 아니고.... 그동안 문상을 다녀온 것이 수십번은 넘지만. 요즘은 문상갈 때마다 심경이 복잡하다. 인생이 그렇게 마감되는 것을 보고, 나 또한 그렇게 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미국 오리건 주에는 존엄사death with dignity가 인정된다. 얼마전에도 불치병에 걸린 사람이 그리로 이주해서 그렇게 죽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교황청에서 반대하는 일이긴 하지만, 가족들을 힘들게 하면서 죽느니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긴 병에 정말 가족들이 지치고 무너지는 경우를 보았다. 문상온 사람들 마저 '잘 돌아가셨다'고 상주를 위로할 정도로.... 나는 그렇게 가고 싶지 않다.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감당하기 어려운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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