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65)
2024년 1월 17일 오전 10시 15분이 다 되었다. 아침에 서둘러 병원으로 갔다. 혈액 검사를 위한 채혈이 예정되어 있었다. 며칠 전에 병원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으면 잊을 뻔했다. 오늘 비 소식이 있어 우산을 챙겨서 아침 8시쯤 집을 나섰다. 나가 보니 하늘이 잔뜩 흐렸다. 비구름이 가득하기는 했지만 두껍게 형성되지는 않아 비가 내린다고 해도 많이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꽤 많다. 이 시간에 다니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출근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정거장에 도착하니 버스가 바로 왔다. 환승 정거장까지 가는 노선이 많아서 먼저 도착하는 버스 아무것이나 타면 된다.
사람들이 별로 없다. 자리가 있어 앉아 갈 수 있었다. 세 정거장을 지나 넷째 정거장에서 내려서 환승하면 된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대중교통 체계는 참 잘되어 있는 것 같다. 다른 나라도 그런지 잘 모르겠다. 인터넷에서 미리 노선을 확인하고 정거장에서 기다리면 그 노선의 버스가 언제 올지 바로 알 수 있다. 환승 정거장에서 내렸다.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9분 후에 도착한다고 한다. 아마 내가 내리기 전에 바로 떠난 모양이다.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니 그냥 기다리면 된다. 추위를 피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든 시설이 있다. 9분이나 기다려야 해서 난생처음 그 시설에 들어가 봤다.
이런 시설이 있다니. 감탄하고 있었는데 그곳에 비치한 소화기를 가져가지 말아 달라는 문구를 봤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어떤 지각없는 사람들이 그런 것을 가져간단 말인가? 가져가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 그런 문구를 써 붙여 놨을 것이다. 그것 참. CCTV도 있을 텐데. 그런 것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 버스 올 시간이 다 되어 바깥으로 나왔다. 비구름이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파란 하늘이 더러 보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비가 많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길 건너 건물에 수많은 간판들이 보였다. 학원, 음식점, 한의원 등이 빽빽하다.
버스를 탔다. 역시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거리를 내다보니 역시 이런저런 간판들이 꽤나 많다. 저런 자영업자들이 모두 다 잘 먹고살 수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물가도 오르고 민생이 힘들다고 하는데. 8시 25분쯤 병원 앞에 도착하니 비로소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병원에는 역시 사람들이 많다. 그 대부분은 어딘가 아파서 온 환자들일 것이다. 병원에 오면 아픈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수납을 마치고 채혈실로 갔다. 아프지 않게 채혈해 주기를 바랐는데 오늘 간호사는 좀 미숙했다. 오늘 채혈은 24일에 있는 진료를 위한 것이다.
열흘 전에도 채혈을 했는데 오늘 채혈한 부위도 바로 그때 채혈한 부위와 같다. 왜 같은 부위에서만 피를 뽑는지 모르겠다. 그 혈관이 채혈에 적합해서 그런가? 지난번에 채혈한 흔적이 다 사라지지 않아서 분명히 알 수 있었을 텐데. 미리 말했어야 했나? 병원 앞에서 귀가하기 위해 버스를 탔다. 병원 안에도 빈 택시가 여러 대 대기 중이었지만 못 본 척했다. 택시를 타야 할 정도로 몸이 안 좋은 것도 아니다. 게다가 요즘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에도 익숙하다. 마을버스를 타고 카드를 태그 하니 '환승'이라고 한다. 수납하고 채혈한 시간이 30분을 넘지 않은 모양이다.
이 마을버스에는 사람이 꽤 많았다. 자리가 없어 앉지 못했다. 다행히 둘째 정거장에서 내리면 된다. 환승 정거장에 내려 다음 버스를 기다렸다. 5분 후에 온다고 한다.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5분을 기다려 마을버스를 탔다. 지하철역이라서 그런지 그 버스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렸고, 그 덕에 자리에 앉아 갈 수 있었다. 버스가 정차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대개는 버스가 정차하기도 전에 미리 일어나서 카드를 태그 했다. 다들 바빠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린다고 벨을 눌렀으니 천천히 내려도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9시 15분쯤 편히 귀가했다. 그러고 보니 1500원으로 병원을 다녀온 셈이다. 택시를 이용했으면 왕복이니 거의 2만 원은 들어가야 한다. 한때 거동이 좀 불편해서 택시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럴 이유가 없다. 두 다리로 잘 다니고 있다. 오늘 채혈한다고 어제저녁부터 12시간 동안 금식하는 바람에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고 아침 약도 먹지 못했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고 아침 약을 먹었다. 평소에는 아침 6시 반 정도면 아침식사를 한다. 오늘은 좀 늦었다. 그런데 아침식사가 늦으면 점심식사를 건너뛸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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