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704)
2023년 4월 22일 밤 11시 50분이다. 전직 당대표의 기자회견을 보았다. 탈당하고 내일 귀국한다고 한다. 야당 쪽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그는 탈당해서 결백을 밝힌 뒤에 복당 하겠다는 것 같다. 여전히 돈 봉투 사건은 모른다고 한다. 모른다고 했으니 그 말을 들은 돈 봉투 연루 의원들이 그 말에 맞추어 행동하게 될 것이다. 이미 흘러나온 녹음으로는 돈 봉투가 맞는 것 같지만, 돈 봉투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전직 당대표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서 뒤집어쓸 가능성도 있다. 전직 당대표 몰래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그런 충성심을 보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는 녹음 파일의 내용이 너무 결정적이다. 아직 풀리지 않은 녹음 파일에 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그 녹음 파일에 더 강한 내용들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 감옥에 있는 전직 사무 부총장이 엄청난 것을 폭로할지도 모르고. 전직 사무 부총장의 정치 인생은 이제 끝났다. 정치에 복귀할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그런 사람을 야당에서 다시 공천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그러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검찰에서 소상하게 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럴 가능성이 있지만, 전직 당대표와 돈 봉투에 연루된 의원들, 그리고 돈을 준 사람과 돈을 전달한 사람들은 여전히 말을 맞출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돈을 전달한 사람이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났다. 판사의 현명한 판단이라고 추켜세우면서. 검찰이 반발했고 다시 영장을 청구한다고 한다. 뭔가 새로운 증거가 없으면 판사가 다시 풀어줄 수도 있다. 그런데 판사는 정말 법리적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것일까? 또 어떤 사람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쥐새끼 한두 마리를 잡아넣는 것으로 축소될지도 모르겠다. 야당이 그런 그림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하든 피해를 최소한으로 막아야 하니까.
아직 수많은 녹음 파일이 남아 있다. 야당이 원하는 대로 갈지 모르겠다. 이참에 돈 받은 정치인들은 정리가 되어야 하는데 다들 안 받았다고 우긴다. 검찰이 증명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판사가 녹음이 말해주는 것을 인정할까? 그것만으로는 증거가 되지 못한다고 하면서 줄줄이 무죄를 때려버리면 검찰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는 말아야 하는데. 정치판의 자정을 기대할 수 없는 세상이다. 누구도 그 좋은 자리를 버리고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전직 당대표도 그런 것을 믿는 것으로 보인다. 정계 은퇴한다는 말은 끝내하지 않았다.
자신은 모르는 일이고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정치적 책임을 진다는 입장에서 탈당을 한다는 것인데, 탈당 정도로는 좀 약하지 않나? 야당의 어느 원로도 그 사람의 정치 생명이 끝난 것처럼 말하던데. 그런데 정계 은퇴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정계 은퇴할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다. 혹시 검찰이 그가 돈 봉투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해 기소도 되지 않거나 기소되어도 무죄가 된다면 정말 복당 해서 총선에 등장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감옥에서도 출마할 수 있다고 하던데. 지역구가 없으니 비례대표 1번이 될지도 모르고.
전직 당대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4분의 3 정도는 자화자찬으로 메꾸었다. 그런 자화자찬을 왜 할까? 자신이 받고 있는 혐의를 희석시키고 싶은 것일까? 5선을 하면서 고매하게 살아온 것처럼 말한다.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듣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돈봉투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시원하게 인정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권력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어서 그런 인정 대신 이런 자랑 저런 자랑을 하고 있다. 나는 그런 자랑을 들으려고 한 것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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