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667)
2023년 3월 14일 밤 10시가 지나고 있다. 은퇴하고 나서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요즘 지난날을 돌아보는 일이 많다. 생각해 보면 좋은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다. 후회되는 일도 꽤 있다. 지금은 그런 시절을 어떻게든 다 거쳐서 은퇴한 지도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지나간 날을 돌이켜 보면서 뭔가 "그때 잘했더라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일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생각한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니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냥 둘 수밖에 없다. 이제 와서 마음 아파한들 아무 소용이 없다.
Let bygones be bygones. 하지만 과거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언제까지 그 자리에 있다. 없었던 것처럼 할 수도 없다. 그러기는커녕 때때로 생생하게 살아나서 지금의 나를 즐겁게 하기도 하고 슬프게 하기도 한다. 바쁘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그러니 상념에 잠기는 일이 많다. 책을 봐도 노래를 들어도 그리고 유튜브를 봐도 머리 한쪽으로는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 있다. 육체적으로 하루를 바쁘게 살다 보면 온갖 상념을 떨쳐낼 수 있지 않을까? <해리 포터>에서는 그런 상념을 바깥으로 빼내던데. 정말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
날씨가 좋다. 꽃구경하러 한 번은 나서야 하는데 어디가 좋을까? 사람이 많지 않아야 하는데.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자양동에서 팔당을 거쳐 양평까지 국도를 따라 두 분을 모시고 꽃구경하러 드라이브를 자주 갔었다. 거의 2주에 한 번씩 일요일마다 드라이브를 갔었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 시골길이라 좋았었다. 그렇게 양평역 인근까지 가서 막국수 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왔었다. 그것도 벌써 오래전의 일이 되고 말았다. 진달래와 개나리,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보다 보면 어느새 여름이 왔었는데.
+++
WBC에 참가했던 한국 선수단이 귀국했다. 기자회견 내용을 들었다. 졌으니 할 말이 없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감독이나 선수가 하지 않아도 될 말까지 한 것 같다. 선수단은 정말 열심히 했는데 대중의 비난이 과도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은 끝까지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1라운드에서 탈락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봐야 변명밖에 더 되겠는가?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야구팬이 아직은 이번 도쿄 참사를 납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감독이나 선수나 아무리 항변하고 싶어도 유구무언이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가다 (669) (0) | 2023.03.17 |
---|---|
늙어 가다 (668) (0) | 2023.03.15 |
늙어 가다 (666) (0) | 2023.03.13 |
늙어 가다 (665) (0) | 2023.03.12 |
늙어 가다 (664) (0) | 2023.03.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