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646)

지족재 2023. 2. 20. 22:49

늙어 가다 (646)

 

2023년 2월 20일 오후 10시 15분이 다 되었다. 봄이 가깝다고는 하지만 오늘은 바람이 불어서 좀 추었다. 약속이 있어 근처의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카페에 사람들이 꽤 많다. 혼자 앉아서 공부하는 것인지 아니면 일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 시간이면 직장에서 근무해야 할 것 같은데. 나야 은퇴한 백수이고 C 선생이나 L(1) 선생은 모두 방학 중이니 이 시간에 카페에 있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저 젊은 사람들은 왜 이 시간에 카페에 있는지 모르겠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이 시간에 카페에 있겠지. 내가 걱정할 일도 아닌데 괜한 걱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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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옛날 생각을 한다. 은퇴 생활이 편해서 그런가. 생각해 보면 그동안 운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운 좋게도 취업에 실패한 적도 없다. 40년 넘는 직장 생활도 나름대로 잘한 편이고. 별 일없이 직장 생활을 무사히 마시고 연금 생활자가 되었으니 성공적이라 할 수 있다. 젊은 시절에 위험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순간을 잘 참고 넘어왔다. 그때 그 순간을 어떻게 참고 지나갈 수 있었을까? 아무튼 결과적으로 잘 참았던 것 같다. 사실 참지 못하고 울분을 터뜨린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런 일로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런 일이 40년 동안에 다섯 번은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마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고 끝난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다행이다.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었는데. 나이가 좀 들어서는 불쾌해도 참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했으니 불쾌한 경험이 없을 수는 없다. 그래도 그런 순간순간을 잘 넘겨서 은퇴까지 할 수 있었다. 내 성격이 좋아서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마음속으로 엄청 화내고 있었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내색을 하지 않았었다. 나이 들면서는 그런 사소한 일로 인생에 오점을 남기기 싫다는 생각이 강했다. 분통이 터지지만, 화를 내봐야 나만 손해라고 생각했었다. 

 

불쾌한 일을 웃어넘길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렇게 하지는 못한다. 불쾌한데 어떻게 웃어넘길 수 있나? 성인군자도 아닌데. 하지만 나이가 좀 들어서는 그냥 못 들은 척하기로 했다. 화를 숨기기로 했다. 당연히 괘씸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적으로는 상종하지 않으면 될 일 아닌가? 한 직장에 있으면서 공적으로는 만날 수밖에 없지만, 사적으로는 교류를 하지 않게 된다. 생각해 보니 그런 사람들이 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런 감정이 좀 희석되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굳이 그런 기억을 쌓아 두기보다는 그런 사람도 있었다는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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