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575)

지족재 2022. 11. 27. 08:00

늙어 가다 (575)

 

2022년 11월 27일 아침 6시 50분이 다 되었다. 추워졌다. 어느새 새벽 기온이 0도까지 내려갔다. 30일에는 한파가 몰려온다고 한다. 무덥던 여름이 가고 짧은 가을도 가고 바야흐로 겨울이 시작되었다. 무더운 여름보다는 추운 겨울이 낫다. 추위를 안 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이 지낼만하다. 가을 날씨나 5월 정도의 봄 날씨가 가장 좋지만, 날씨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눈이 많이 오면 다니는데 불편하다. 보기는 좋을지 몰라도 운전하기도 힘들고 다니기도 힘들다. 올겨울에는 눈이 적당히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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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의 일이다. 외국어대학 근처에서 자취 생활을 하던 때가 기억난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지금 그 동네는 다 사라지고 없을 것이다. 아마 아파트가 들어섰을 것이다. 벌써 35년도 넘은 옛날이다. 방 한 칸을 얻어서 살았다. 나름 원룸이기는 하지만 요즘의 원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쪽방이라고 하는 것에 가깝다. 1985~1987년 무렵이다. 자취방 근처의 휘경역을 지나는 전철이 하루에도 수십 번 다녔다. 건널목의 차단기가 내려간다는 시끄러운 신호음을 들으며 자야 했고 일어나야 했다. 처음에는 잠을 설치기도 했지만 머지않아 적응했다.    

 

방문이 있었지만 잠그고 다니진 않았었다. 잠그고 다녀야 할 만큼의 귀중품이 있지도 않았다. 그저 잠만 자는 곳이라서. 주인집 내외분이 항상 집에 계셨기 때문에 도둑이 들 염려도 없었다. 연탄아궁이가 있었는데, 출퇴근을 하는 처지여서 연탄을 가는 것은 항상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맡아서 해 주셨다. 언젠가 연탄가스에 중독되어 고생한 적이 한 번 있었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출근 준비차 일어났다가 문을 열면서 그대로 쓰러졌었다. 요란한 소리가 났고, 주인집 아주머니가 놀라서 나오셨다. 그리고는 간밤에 웬 술을 그리 마셨냐고 했었다.   

 

그래서 그게 아니라 연탄가스를 맡은 것 같다고 했더니, 서둘러 약국에 가셔서 약을 사다 주셨다. 약을 먹고 진정이 되어 출근했었다. 퇴근 후에 와 보니 방안 곳곳을 다 점검해서 가스가 샐만한 곳에 새로 장판지를 붙여 놓으셨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그 일이 있고 나서도 자취방을 옮기지는 않았다. 옮기자니 귀찮기도 했고, 또 그런 일로 나간다고 하면 너무 몰인정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방 세 개를 세 놓고 그 월세로 생활하시던 주인집 내외는 아마 고인이 되셨을 것이다. 그때 이미 60이 넘은 신 분들이었으니.   

 

양 사장 따라서 외대 출입을 자주 했었고, 양 사장 형제가 자취했던 동네이기도 해서 나름 잘 아는 동네라 거기서 자취하게 되었다. 자취방에서 이화동으로 출근할 때는 휘경역에서 전철을 이용해야 했지만, 연구소로 직장을 옮긴 뒤에는 외대 정문 근처까지 통근 버스가 왔기 때문에 나름 편하게 다녔던 기억이 있다. 자취방 생활이 불편하기는 했다. 요즘 같으면 오피스텔을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시설을 찾기 어려웠다. 가끔 궁금하기는 하다. 그 동네가 어떻게 변했을지. 산천은 의구한지 몰라도 동네는 의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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