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

늙어 가다 (411)

지족재 2022. 6. 6. 07:41

늙어 가다 (411)

 

2022년 6월 6일 아침 7시 30분이다. 비가 온다. 그냥 보슬비처럼 그렇게 온다. 많이 올 것 같지는 않다. 가뭄이 심하다고 했는데 해갈될 정도가 되는지 모르겠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그런가. 이렇게 비가 오면 오래전에 시애틀에 잠시 머물렀던 기억이 난다. 1988년 12월이다. 시애틀에서는 겨울에 눈 대신 비가 온다. 해양성 기후이다 보니 높은 산을 제외하고는 비가 온다. 그런데 좀 많이 온다. 하루 종일 주룩주룩 내린다. 그러고 보니 오리건 코발리스나 오스웨고에 살 때도 그랬다. 겨울에는 하루 종일 하염없이 비가 내리기도 했다. 

 

1988년 12월이면 34년 전이다. 연구소에서 시애틀의 와싱톤 대학(University of Washington)으로 한 달 연수를 보내 주었다. 그 당시만 해도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이고, 나도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게 되었다. 준공무원이라 무조건 대한항공을 이용해야 했다. 아시아나는 그때 막 생겨났던 신생 항공사였고. 정부종합청사에 있던 대한항공 지점에서 서울-LA-시애틀-LA-호놀룰루-서울 일정의 항공권을 받았다. 워낙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이라 귀로에 하와이를 3박 4일간 들릴 수 있도록 연구소가 배려해 주었다. 

 

12월이니 겨울이라 할 수 있었지만 시애틀은 만추의 풍경을 보여주었다. 큼직한 나무들의 울긋불긋한 단풍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비가 자주 왔다. 시애틀의 날씨는 원래 그렇다고 했다. 흔한 일이라 그런지 거의 대다수가 우산을 쓰지 않고 다녔다. 한국에서는 산성비(yellow rain)라고 해서 비를 그냥 맞으면 안 된다고 한던 시절이었던 것 같은 데. 한 달 동안에 틈틈이 여러 곳을 돌아다녔었다. 언제 다시 시애틀에 갈 수 있을지 몰라서 온 김에 이곳저곳 많이 찾아다녔다. 와싱톤 대학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꽤 오래 전의 일인데도 기억이 많이 난다. 첫 해외여행이고 첫 미국 여행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대학 캠퍼스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 캠퍼스의 이곳저곳과 대학가, Farmers market place, pioneer 광장이 생각난다. 시장에서 해변으로 내려갈 수 있었는데 거기 좀 오래된 것 같은 수족관도 있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고 좀 추워서 카페에서 코코아를 마시기도 했었다. Farmers market에서 기념품을 샀는데 세금을 따로 계산했던 것도 생소했었다. 시애틀의 상징인 space needle도 올라가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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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니 지나간 옛 일이 생각난다. 첫 미국 여행을 한 것도 벌써 34년 전의 일이다. 1988년에는 인터넷도 없었고 여행 관련 책도 거의 없었던 시절이다. 시애틀에 관해 거의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갔었다. 요즘 갔으면 미리 이것저것 많이 알아보았을 텐데. 아무튼 상당히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던 기억이 있다. 오래되다 보니 정확한 날짜를 다 잊었다. 정확한 날짜를 확인해 보려고 했지만, 출입국 서류에도 당시 미국 출입국 기록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출입국 기록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기 시작한 것이 그 이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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