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 주화 (7) - 세척
미사용 주화인 경우에는 사실상 세척해서는 안 된다. 꼭 하고 싶다면, 그저 먼지를 닦는 정도로 끝내야 한다. 이때도 주의하지 않으면 미세 스크래치가 생겨 주화의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용제의 경우에는 어떨까? 수집가들 중에는 세척하자는 파도 있고 세척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파도 있다. 나는 세척이 필요하다는 쪽이다. 사용제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의 손때가 묻어 어쩔 수 없이 더러워진다. 이것을 그대로 두는 것이 낫다는 수집가들도 있지만, 나는 어느 정도는 닦아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화가 더러워도 그냥 두어야 더 이상 망가지지 않고 가치도 있다고 생각하는 수집가도 있지만, 사용제인 경우에 미세 스크래치가 조금 더 있다고 가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사용인 경우에는 스크래치가 많으면 준미로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세척을 하지 않는 것이 좋지만, 사용제의 경우에는 세척한다고 미품이 보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손때나 이물질을 제거하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화를 세척한다고 수세미로 닦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미세 스크래치가 덜 생기도록 세척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주화를 세척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볼 수 있다. 경험상 추천하지 않는 방법은 미지근한 물에 과탄산소다와 베이킹파우더, 그리고 구연산을 섞은 것에 주화를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화가 정말 깨끗해진다. 하지만 원래의 모습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주화 표면이 녹으면서 주화의 색깔을 바꾸어 버려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화가 망가질 뿐만 아니라 그 가치까지도 상실하게 된다. 그러니 이 방법은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식초와 소금을 섞은 것에 주화를 넣는 것도 많이 알려진 방법이다. 그런데 너무 오래 담그면 산 성분 때문에 주화가 부식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3~5분 정도 담근 뒤에 물로 깨끗이 휑구어 내면 괜챃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주화가 세척되지 않는다. 그 후에 추가적인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흔히 치약을 사용한다. 치약을 연마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이외에도 콜라, 케첩, 지우개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세미를 사용해서 문지르는 사람도 봤는데, 그것은 곤란하다. 주화 표면에 스크래치만 잔뜩 만들 뿐이다.
손때가 너무 심하면 단지 치약만 사용해서도 어느 정도는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화에 광(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세척에 주의해야 한다. 자칫 세척 과정에서 그 남아 있는 광이 사라질 수 있다. 광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지우개로 살살 지워 광을 살리는 것이 낫다. 하지만 1960~70년대에 발행된 10주, 50주, 100주 사용제의 경우에는 사실상 광이 남아 있지 않다. 특히 이 시기에 발행된 10주의 경우에는 적동과 황동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더러워져 있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주화의 경우에는 치약을 사용해서 부드럽게 닦아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