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 주화 (6) - 뒤집기
회전 에러를 찾기 위해 상하 또는 좌우로 주화를 뒤집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뒤집기이지만, 실제로는 특년 또는 준특년이 있는지, 아니면 회전 에러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에러가 있는지 주화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을 업계 용어로 '뒤집기'라고 한다. 5만 원으로 500주라면 100개를, 100주라면 500개를, 50주라면 1000개를 바꿀 수 있다. 다만 구 10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2006년에 신 10주가 발행된 이후로 신 10주의 물량이 많기 때문에 구 10주로 교환하는 것은 어렵다. 바꿀 수만 있다면 5만원으로 5000개의 10주를 확보할 수 있다.
은행에서 원하는 대로 주화를 교환했다고 해도 거의 대부분은 특년이나 준특년이 아닌, 그렇다고 에러 주화도 아닌 평범한 주화일 것이다. 뒤집기가 끝난 다음에 그 평범한 주화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주화로 바꾸는 것은 쉽지만, 주화를 다시 지폐로 바꾸는 것은 어렵다. 대개 주화를 입금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고, 또 지폐로 바꾸어 주지도 않으며 계좌 입금만 가능하다. 이때도 주화를 잘 세어서 그 금액이 얼마인지 말해 주어야 한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뒤집기를 위해 10주, 50주, 100주로 바꾸려고 하면 먼저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500주는 액면가가 커서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5만 원으로 500주 100개를 확보할 수 있고, 10만 원으로 500주 200개를 확보할 수 있다. 뒤집기가 끝나도 남은 500주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좋은 점이다. 하지만 500주 100개에서 특년과 준특년 또는 에러 주화를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은 나쁜 점이다. 100만 개가 발행된 1987년 500주를 1개라도 찾을 수 있다면 대단히 운이 좋은 것이고, 그렇지는 않더라도 1000만 개가 발행된 2014년 500주 1개를 찾아도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뒤집기가 끝난 주화를 처리할 자신이 있다면 100주, 50주, 10주를 교환해서 뒤집기를 해 보는 것이 전혀 의미 없지는 않다. 하지만 뒤집기가 끝난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한다. 현재 주화 발행량이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주화를 집에 쌓아두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도 있을 지도 모른다. 확실한 정보는 아니지만, 2018년 이후로 주화의 발행량이 유의미하게 적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어쩌면 주화가 더 이상 발행되지 않는 시기가 올지 모른다. 지금의 1주나 5주처럼 민트 제작을 위한 용도로만 발행될지도 모르고, 아예 민트도 제작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현행 500주, 100주, 50주, 10주가 반드시 옛날돈이 되는 시기가 오긴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주화의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얼마나 오를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옛날 돈이라고 해서 가격이 한없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 물량이 얼마 없다면 가격이 오르겠지만, 물량이 많다면 가격은 전혀 오르지 않을 것이다. 조선 시대 엽전이 비싸지 않은 이유가 그것이다. 아무튼 수십 년을 끈기 있게 기다릴 수 있는 젊은 수집가라면 기다려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많다.
뒤집기로 특년이나 준특년, 또는 에러를 찾기 보다는 필요한 주화를 업자로부터 적절한 가격에 구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업자의 수고료를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뒤집기로 1981년 10주를 찾기 위해, 구 10주를 수도 많이 교환할 수는 없다. 그것을 찾아서 40년간 잘 보존해 온 업자의 수고료를 생각해도 (액면가가 고작 10원인데, 액면가의 1만 배인) 10만 원이 결코 싸지는 않지만, 아주 무리한 가격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뒤집기 한다고 구 10주를 찾아 은행을 떠돌아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