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열네 살 1, 2(다니구치 지로, 양억관 역, 샘터)
내가 가진 책은 2007년에 발행된 한국어 번역본 초판 6쇄이다. 2004년에 초판 1쇄가 발행된 것을 보면, 이 만화의 독자가 꽤 많았던 같다. 아마 2007년경에 이 만화를 샀던 것 같다. <열네 살>에 대한 아무 정보도 없이 그저 다니구치 지로의 작품이라고 해서. 원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니구치 지로의 오리지널 스토리인 것 같다. 출장으로 교토에 갔던 나카하라는 전날밤의 숙취로 기차를 잘못 타게 되는데, 그 기차는 공교롭게도 고향인 구라요시행 기차이다. 기왕 그렇게 된 김에 고향의 어머니 묘에 들르게 되지만, 그 앞에서 깜빡 잠이 들어 버린다. 그리고 열네 살로 돌아가는 긴 꿈을 꾸게 된다.
마흔이 넘은 중년의 나카하라는 단지 열네 살의 외모로만 바뀐 채 그 시절의 과거로 가게 된다. 외모만 보면 열네 살짜리이지만, 실제로는 중년의 아저씨이다. 그러니 술도 잘 마시고 미래의 일도 알고. 타임 슬립이기는 하지만 온전한 타임 슬립은 아니고 그냥 꿈속에서의 변형 타임 슬립이라고 할 수 있다. 온전한 타임 슬림이라면 지금의 내가 그대로 과거로 가는 것일 테고. 그냥 열네 살의 나카하라로 되돌아가서 똑같은 삶을 다시 한번 살게 되는 타임 슬립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똑같은 삶을 다시 한번 사는 것에는 아무 의미도 없을 것 같다.
어떤 타임 슬립이든 가능하지도 않고 가능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의 나카하라가 현재의 모습 그대로 아니면 열네 살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타임 슬립이 가능하다면, 훗날의 역사가 타임 슬립으로 죄다 꼬일 수도 있다. 이 만화에서는 그렇게까지는 되지는 않았지만. 타임 슬립이기는 한데 꿈이니까 실제와는 다른 전개가 가능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제로 없었던 일이 가능해진다. 아무튼 나카하라는 꿈속에서 넉 달 동안이나 열네 살로 살게 된다. 실제로는 중년의 아저씨이면서. 그러나 나카하라가 열네 살 때 있었던 '아버지의 가출'을 막지는 못한다. 막고 싶기는 했지만.
만화니까 스토리가 다소 이해되지 않게 전개될 수도 있다. 열네 살로 되돌아간 나카하라가 친구인 시마다의 집에 가서 시마다가 방에 잘 숨겨둔 술을 찾아내고, 또 시마다가 소설가가 될 것이라고 말해 준다. 그런데 꿈에서 깬 나카하라가 유명 소설가가 된 시마다로부터 '시간의 나그네에게'라고 적힌 책을 받게 된다. 나카하라가 타임 슬립을 했던 것을 마치 시마다가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만화니까 스토리가 이렇게 되어도 시비를 걸 생각은 없다. 그냥 만화일 뿐이니까. 미래의 일을 알면서 과거에 산다는 것은 사실 그냥 공상일 뿐이다. 그런 타임 슬림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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