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59)
2024년 1월 11일 아침 6시 35분이 다 되었다. 6시쯤에 잠시 바깥에 나가보니 아직은 날이 밝지 않았다. 기온이 영하라서 9일에 내린 눈이 다 녹지 않았다. 공기는 차가운데 그다지 추운 것 같지는 않다. 잠깐 동안의 외출이라 그런가. 요즘 아침 식사를 일찍 하게 된다. 그런데 식후 30분은 지나서 아침 약을 먹어야 하는데 깜빡하고는 밥을 먹자마자 약을 먹어 버렸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그렇게 되었다. 뭔가 중요한 생각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약을 먹어 버리고 말았다. 식후 5분도 안 되었는데. 그렇다고 약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 30분 지나서 먹는 것과 5분 지나서 먹는 것이 다를까?
요즘에는 먹어야 하는 약을 날마다 모두 메모지에 적어 놓고 약을 먹고 나서 그 줄을 지워 버리고 있다. 기억력이 많이 나빠져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약을 먹어 놓고도 그 줄을 지우는 것을 잊는 것이다. 그래서 한 참 지나고 나면 메모상으로는 약을 안 먹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면 그때부터 다시 기억을 해 내야 한다. 약을 안 먹었나? 먹을 것 같은데. 약을 먹고 지웠나? 아니면 약을 안 먹고 지웠나? 기억이 날 때도 있지만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있다. 이제 작은 약통에 매일 먹을 약을 넣어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
경찰 공무원으로 12년 근무한 사람이 실수령액이 300만 원 초반인 월급이 적어 퇴직하고 전직한다는 뉴스를 보았다. 나이를 보니 36살이다. 36살에 실수령액이 300만 원 초중반이면 세전으로는 400만 원 중반은 되지 않을까? 세금 떼고 기여금 떼고 건강 보험료 떼고 그러고도 300만 원 초중반이라는 것 아닌가? 적은 금액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가족이 있고 외벌이라고 하면 생활이 빠듯하기는 할 것이다. 자기 집이 없다거나 아이가 둘이라면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나이에 그 정도 월급을 받을 수 있는 사람도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40년 넘게 월급 생활자로 살다 보니 나는 그동안 월급에 맞추며 살아왔었다. 월급이 적다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고 지금도 역시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월급 때문에 전직한다는 것은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온전히 새로운 것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주어진 월급에 순응하면서 살아왔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진 것일까? 그런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다 대기업에서 주는 것만큼의 월급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런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가다 (861) (0) | 2024.01.13 |
---|---|
늙어 가다 (860) (0) | 2024.01.12 |
늙어 가다 (858) (0) | 2024.01.10 |
늙어 가다 (857) (0) | 2024.01.09 |
늙어 가다 (856) (0) | 2024.0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