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국/미국 2016년 7월 19일(미국으로 출발)

지족재 2016. 8. 15. 14:43

한국/미국 2016719(미국으로 출발)

 

   딸을 보기 위해 집사람과 함께 한 달 동안 미국에 가기로 했고, 오늘이 그 출발일이다. 이런 저런 일이 산적해 있지만, 대충 마무리하거나 한 달 후에 처리하기로 미루었다. 인천 국제공항에 일찍 도착해서 발권을 하고, 보안검사와 출국심사를 끝내고 바로 칼라운지로 갔다. 여기서 좀 쉬다가 탑승하기로 했다.

    대한항공 019편으로 시애틀로 간다. 거기서 다시 국내선을 타고 포틀랜드로 간다. 원래 저녁 620분이면 이륙해야 하는데 1시간 20분이나 늦게 출발했다. 이전에도 1시간 정도는 늘 연발(延發)했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이 비행기와 연결된 다른 비행기가 연착하면, 할 수 없이 이 비행기는 연발해야 한다. 그래도 오늘은 아예 탑승 자체가 늦다. 비행기를 타고 1시간 20분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 그래서 포틀랜드로 가는 국내선도 늦은 시간으로 예약해 두었다. 탑승이 순조롭게 끝나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엔진 출력을 높이고 활주로를 달려 하늘로 놀랐다. 거의 8시가 다 되어 이륙한 셈이다.

   그런데 이륙 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비행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보통은 한 두 시간 정도 지나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번에는 일찍부터 흔들렸다. 이렇게 무거운 비행기가 흔들린다니비행기를 탈 때마다 경험하는 일이지만 영 적응되지 않는다. 나도 집사람도 그래서 비행기 타는 것을 싫어한다. 여행은 좋은데 비행기 타는 것은 정말 싫다. 양 사장이 비행기 탑승 시간에 맞추어, 비행기 타니 좋겠다고 카톡을 보내 왔다. 남의 심정도 모르고. 난 정말 비행기 타기 싫다. 그저 마지못해 탈 뿐이다. 운전해서 갈 수 있다면 열흘이 걸려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런 길만 있다면 좋으련만. 베링 해를 다리로 연결하지 못하나. 쿠릴 열도, 알류산 열도의 그 많은 섬들을 다리로 연결할 수 없나.

   비행기가 계속 흔들려서 마음을 달래려고 신문 하나를 정독했다. 집사람은 내내 눈을 감고 있다. 열심히 기도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 것도 묻지는 않았다. 각자 편한 스타일로 마음을 달래고 있다. 신문을 보고 나서 아돌프 아이히만의 체포 비화를 다룬 독일 영화 <프리츠 검사>를 봤다. 내용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봤다. 그것을 보고 나니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나와 집사람은 대한항공의 유명 기내식인 비빔밥을 먹었다. 식사를 하고 정리할 때까지 1시간이 지나간다. 비행기는 여전히 덜덜 거렸지만 승무원들은 익숙해서인지 자기 일에 열심이었다. 다행히 아주 심하게 흔들리지는 않았다. 저녁 식사 후에 또 영화를 봤다.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한국영화 <히말라야>. 스토리는 이미 대충 들어 알고 있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억지로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서 생각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고 일본의 유명 남자 엔카 가수인 모리신이치(森進一)의 노래를 들었다. 모리신이치는 쥐어짜는 듯한 창법을 구사하기 때문에 듣기에 편안하지는 않다. 그래서 좀 편안한 가수를 찾았는데, 다른 가수가 전혀 없다.

   그렇게 참고, 또 참고 있지만 고역이었다. 집사람도 억지로 잠을 청했다. 비행기가 원래 좀 흔들리는 것이 정상이라는 기사를 본 적도 있지만, 막상 비행기 안에 있자니 그 기사가 위로가 되지는 못했다.

   비행기가 늦은 시간에 출발해서 깜깜한 하늘을 지나는 동안 창을 모두 내리라고 한다. 그래서 창밖을 보는 대신 모니터에서 전방, 하방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전방을 봐도 후방을 봐도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깜깜하기만 했다. 아무 것도 안 보이는 길인데 비행기는 잘만 간다. 자동항법장치 덕이라고는 하지만 신기하다. 그 무거운 비행기가 뜬다는 것도 신기하다. 양력 때문에 뜨게 되어 있다고는 배웠지만 그래도 탈 때마다 신기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그 무거운 것이 기류 때문에 흔들린다는 것이 더 신기했다. 어림으로 잡아도 400명은 탔을테고, 화물까지 합치면 몇 백 톤이나 될 텐데.

   전방, 하방 어디를 봐도 어디쯤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모니터에 뜨는 비행경로를 수시로 보게 된다. 독도 옆을 지나고, 일본을 지나고, 알류산 열도를 지나고, 알라스카 아래쪽을 지나고 캐나다 쪽의 태평양을 진입할 무렵 날이 밝아 왔다. 그러나 전방에는 구름 같은 것만 보였다. 하방에는 이따금 바다가 보여 태평양 위를 날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가다보니 그럭저럭 잔여 시간이 1시간 40분 남짓 남았다. 그 사이에 다행스럽게도 비행기가 몇 백 미터 아래로 뚝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올해 2월에 포틀랜드에서 시애틀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탔을 때, 비행기가 몇 백 미터 아래로 뚝 떨어진 적이 있다.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탔을 때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의 그 무서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식사를 하면 그럭저럭 시간이 가니까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닌데 아침 식사가 기다려졌다. 드디어 아침 식사. 집사람과 나는 모두 계란 오믈렛을 선택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나니 드디어 잔여 시간이 1시간도 안 남았다. 때마침 40분후면 시애틀에 도착한다는 가장의 안내 방송도 나왔다. 하방을 보니 바다와 육지가 보였다. 승무원들이 이어폰과 잡지를 걷어갔다. 착륙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제 곧 내린다. 전방을 보니 멀리 활주로가 보였다. 드디어 착륙. 그런데 약간은 경착륙이었다. 기장이 시애틀 초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감속하고 택싱. 전방에 수신호로 비행기를 유도하는 사람이 보였다. 빨간 봉 2개로 좌우의 방향을 지시하고 있다. 그가 봉을 교차시키자 비행기가 멈췄다. 드디어 시애틀-타코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몇 번이나 왔지만 여전히 편안하지 않은 비행이었다. 착륙할 때까지 비행기가 내내 흔들려서 마음을 다스리느라 힘들었다. 다른 사람들은 다 편안한 마음으로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