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6년 8월 3일(딸의 운전)
미국에 잠시 있는 동안 딸이 운전하는 차는 타지 않으려고 했다. 딸도 운전한지 1년이 다 되어 가는지라, 나름대로 운전 스타일이 있을 것이고, 그 스타일이 아마 내 마음에는 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올 1월에 들렀을 때, 내심 기대하고 딸에게 운전을 맡겼는데, 그 때도 영 내 스타일이 아니어서, 여러 번 싫은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별로 귀담아 듣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라, 이번에도 딸이 운전하게 되면, 틀림없이 조수석에 앉아서 이런 저런 참견 내지는 잔소리를 할 것 같아, 미국에 있는 동안에는 가족이 같이 움직일 때는 아예 딸에게 운전을 맡기지 않으려고 했다. 어디를 가든 내가 운전하면 되니까… 딸이 혼자 운전해서 학교에 오갈 때는 조심해서 다녀오라고 늘 당부했다. 그러면 좀 조심해서 다니려니 믿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어느 날 아침 친구와 함께 포틀랜드 시내로 간 딸이 도착했다는 카톡을 보내고 나서, 30분도 안 지나서 갑자기 자기가 있는 곳으로 데리러 오라고 한다. 화들짝 놀라서 집사람과 함께 서둘러 지리도 모른 채, 딸의 설명만 듣고 포틀랜드 시내로 운전해서 가게 되었다. 초행길이었지만, 다행히 헤매지 않고 딸과 잘 만났다. 걱정한 만큼의 일은 아니어서, 딸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려고 하는데, 갑자기 딸이 자기가 운전을 하겠다고 한다. 지리를 설명하기 어려워 자기가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딸에게 운전대를 넘기고 나는 뒷좌석으로 옮겼다. 운전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도 잔소리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면서…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운전 스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 그리 앞 차에 바짝 붙는지… 그전에도 그렇게 주의를 주었는데. 딸의 운전이 험악해 졌다. 며칠 전에 딸이 언뜻 포틀랜드 시내에서는 사람들 운전이 험악해서 자기도 거기에 맞추게 되었다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바짝 붙으면 앞차 운전자가 위협을 느끼는데… 몇 번 그런 모습을 봤지만, 그래도 딸이 마음 불편할까봐 집으로 가는 동안에는 아무 말 않고 꾹꾹 참았다. 집에서 몇 가지를 챙겨 다시 포틀랜드 시내로 가야 했는데, 딸이 이번에도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한다. 지리를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하면서. 내키지 않았지만 운전대를 맡겼다. 그런데 또 앞차에 붙는다. 괜히 조수석에 앉았나 보다. 차라리 뒷좌석에 앉을 걸. 참다 참다 결국 한 마디 했다. 앞차에 너무 붙는다고… 그랬더니 그렇게 예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표정에 자기가 다 알아서 가고 있다고 한다. 원, 세상에. 그렇게 앞차에 붙을 때마다 난 조마조마하기만 한데, 딸은 태평하다. 운전대를 괜히 넘겼다. 오늘은 어쩔 수 없지만, 딸이 혼자 운전하고 다닐 때, 그래도 이 말은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안전거리 유지. 한국에서는 후배 선생들도 학생들도 모두 다 내가 말하면 얌전히 운전하는데, 딸은 영…다 큰 딸 나무라기도 어렵다. 도대체 누굴 닮은 건지. 집사람은 운전을 할 줄 모르니 집 사람을 닮은 것은 아니고. 나는 그렇게 운전한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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