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16년 7월 28일 (목) 워싱턴 주 Mount Rainier National Park
10시 30분쯤 세 식구가 외출했다. 목요일이지만, 딸이 다른 일정이 없다고 해서 모처럼 외출하기로 했다. 행선지는 워싱턴 주의 레이니에 산. 4000미터가 넘어 만년설이 있다. 아직 눈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 그리 가기로 했다. 레이니에 산은 그 전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낯설지 않다. 사실 1988년에 시애틀의 워싱턴 대학에 연수차 한 달 머문 적이 있다. 그때 그 산에 처음으로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12월 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산의 스케일도 스케일이지만, 여기저기 쌓여 있던 엄청난 눈에 매료되었었다. 그래서 그 뒤에 여러 차례 레이니에 산에 다녀왔었다.
평일에 여유가 생겨 집에만 있기도 무료해서, 왕복 10시간 정도의 여행을 감행하기로 했다.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집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러 프라치노 세 잔을 테이크아웃했다. 나와 집사람 것은 좀 달달한 것으로. 11시 다 되어 I-5에 진입했다. 레이니에 산으로 가는 길은 비교적 단순하다. I-5는 매우 익숙한 길이다. 이 길을 타고 남쪽으로는 샌프란시스코까지, 북쪽으로는 캐나다의 밴쿠버까지 간 적이 있다. 이 길만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12east로 갈아타면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리건 주를 벗어나서 콜롬비아 강을 지나 워싱턴 주에 들어섰다.
워싱턴 주의 I-5 주변에는 큰 나무가 많아 경관이 좋다. 오리건 주의 I-5 주변에도 나무가 있긴 하지만, 워싱턴 주의 I-5보다는 경관이 밋밋하다. 워싱턴 주의 I-5를 지나다 보면, 주변의 거대한 나무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그렇게 경치 구경을 하면서 12east로 갈아탔다. I-5에 비하면 시골길. 편도 1차선이지만 55마일로 달릴 수 있다. 달리다 보니 큰 트럭이 붙었다. 미국 트럭은 한국 트럭보다 배는 더 크다. 불안한 마음에 조금씩 과속하면서 적당한 거리를 떼어 놓고 달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다행히 내 앞에 다른 차들이 보였다.
그 차들과 속도를 맞추어 가면 된다. 그래도 바로 뒤에 큰 트럭이 있어 마음은 불편했다. 그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큰 트럭이 길을 바꾸어 다른 곳으로 간다. Morton을 지났다. Morton은 레이니에 산을 가는 사람들이 많이 묵어가는 곳으로, 조그마한 동네다. 주유소, 모텔, 은행, 식당 등이 있다. 예전에 우리도 이곳에 들러 주유를 한 적이 있다. Morton을 지나 한적한 길을 지나가다 보니, 가끔씩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지도를 보고 찾아 다녔지만, 지금은 구글 맵으로 찾기 때문에 엄청 정확하고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
단, 인터넷이 연결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미국에서 국립공원을 다니다 보면, 가끔 핸드폰이 안 되는 곳이 나타난다. 여기도 그렇다. 지도를 봐주던 딸이 인터넷이 안 된다고 걱정했는데, 사실 크게 염려할 일은 아니다. 경험상 이정표만 잘 찾으면 된다. 게다가 오기 전에 나도 이곳까지 오는 길을 한 번 검색해 봤기 때문에, 길 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레이니에 산을 찾아가는 도중에 가끔씩 레이니에 산의 눈 덮인 봉우리가 보였다. 그렇게 무난히 레이니에 산에 들어섰다. 이곳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으로 입장료가 차 한 대당 25불이다.
1년 동안 출입할 수 있는 비용은 50불. 1년 동안 미국 전체의 국립공원을 다닐 수 있는 패스는 80불. 우리는 80불짜리 패스를 샀다. 언제 또 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면 국립공원 3곳은 더 가지 않을까 해서. 일단 오리건 주의 크레이터 레이크에 두 번가고, 레이니에 산에 한 번 더 가면 100불이다. 그래서 주저하지 않고 그 패스를 샀다. 입구를 지나 information center에 도착하니 2시이다. 주차시켜 놓고 주변을 보니 눈 덮인 봉우리는 보이지만, 다른 곳에는 눈이 많지 않았다. 여기도 더워서 그런가. 기대한 것만큼은 눈이 없다.
거기서 늦은 점심을 먹고 3시쯤 visitor center가 있는 Paradise로 출발했다. 그런데 Paradise 까지 올라가는 길이 너무 나빴다.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다. 날을 아주 잘못 잡은 것 같다. loose gravel과 bump가 많아 운전하느라 힘들었다.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운전해 가다보면 눈 녹은 물이 작은 폭포가 되어 흐르곤 했는데, 아무리 봐도 그런 풍경을 찾을 수 없다. 아직 8월도 안 되었는데. 미국 서부도 엄청 덥다고 하더니 진작 다 녹아 버렸나 보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아 주차장에 자리가 있을지 걱정되었다.
다행히 빈자리가 있다. 차를 세우고 visitor center쪽으로 걸어갔다. 눈이 쌓인 것을 보려고. 그런데 웬걸. 눈이 없다. 몇 년 전 8월 초에 왔을 때는 visitor center 바로 앞까지 엄청난 눈이 쌓여 있었는데, 지금은 흔적도 없다. trail을 따라 눈이 있는 곳까지 걷자니 너무 멀고 너무 덥고. 애석하지만 마음을 접기로 했다. 눈을 보기 위해서는 다음에 날짜를 잘 정해 다시 올 수밖에. 기대를 하고 허리 아픈데도 불구하고 3시간이나 운전해서 왔는데 눈이 없다니. 어쩔 수 없이 울창한 수림(樹林)으로 위로를 하면서 온 길을 되돌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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