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7) 2015. 12. 26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한편으로는, 이제 일을 줄이자고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좀더 열심히 해야 했는데' 하는 마음이 겹쳐진다. 은퇴한 친구들을 보면서, '그래 이제부터는 나도 유유자적(悠悠自適)이다.'라고 마음 먹다가도, 또 열심히 사는 친구들을 보면 '아직은 아냐.'라는 마음이 생긴다. 이런 저런 것들을 해야 했는데, 결국은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래, 기왕 은퇴 준비중이니 설령 못한 일이 좀 있더라도 대수는 아니지 않나. 아주 조금씩 은퇴를 준비중이지만, 벌써 1년이 가버렸다. 올해 초에 이제부터 은퇴 준비로 들어간다고 작정하고 이런 저런 정리를 조금씩 하고 있다. 삶이 애초에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별 수 없이 달라진대로 정리를 할 수밖에 없다. 딸아이 하나뿐이라는 것, 그 딸아이가 아직도 공부 중이라는 것, .. 그런 일들이 정리 방향을 틀어버렸다. 제주도 사는 것은 영원히 멀어져 버렸고, 인천을 떠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졌고.... 어쩌랴. 상황이 내편이 아닌 것을.. 집사람과 딸아이가 없는 연말을 보내면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해 두려고 한다. 은퇴하면, 그래도 볼 것은 남겨두고, 거의 볼 것 같지 않은 것은 정리하고... 추억을 위해, 그리고 취미라고 하면서 참 많은 것을 쌓아 놓았다. 소소한 기념품들. 많기도 하다. 어디든 갈 때마다 사들였던 그림 엽서, 책, 볼펜, ... 요즘 중고도 사고 판다는 데.. 난 그런 일을 할 만큼 영리하지 못하다. 아깝다는 생각이 안드는 것은 아니지만, 쌓아두면 무엇하랴. 그저 짐인 것을. 그래도 아직 편지칼은 못 정리하겠다. 인도, 미국, 말레이지아, 싱가폴, 캐나다, 필리핀, 일본, 중국에서 샀던 편지칼. 그래도 애착이 간다. 딸내미를 비롯해서 몇 몇 사람들에게 받은 것도 있다. 나무로 된 것이 특히 많고... 그렇게 애착을 갖기 시작하면 정리하지 못하는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