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754)
2023년 6월 15일 새벽 1시 40분이 다 되었다. 6월도 벌써 중반이다. 오늘도 세월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아주 오래 전의 짧은 군대 시절에는 시간이 그리도 잘 안 가더니. 그때 그 시절의 시간과 지금의 시간이 다르게 가는 것도 아닌데, 요즘은 정말 휙휙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은퇴한 지가 그리 오래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2달 반만 있으면 온전히 2년이 된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이긴 하지만 안 믿을 수도 없는 현실이다. 어제도 똑같은 하루를 보냈다.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친구들과 톡도 주고받으면서. 또 이런저런 생각도 하면서. 오늘도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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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선생에게서 퇴임한 선생들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가지려고 한다는 연락이 왔다. 일단 뒤로 미루었다. 이런 연락이 오면 꽤 망설여진다. 민폐를 끼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은퇴 전에도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은퇴하고도 유난히 학교에 자주 들락거리는 분이 있었다.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 연구실도 없는 그가 누군가의 방에 들어서면 모른 척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절대로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을 그때부터 쭉 가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그런 마음을 잘 지키고 있다.
특별히 이유가 있지 않는 한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은퇴한 사람을 챙길 필요는 없는 것 아닐까? 은퇴하면 새로운 세상을 구축하고 새롭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조금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특별히 공적인 일이라던가 또는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전에는 남아 있는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한다. 고맙게도 은퇴 후에도 톡으로 안부를 묻는 사람들도 있고 가끔씩 나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튼 그럴 때마다 민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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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광지의 바가지요금이 심한가 보다. 요즘 국내 관광지에 갈 일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나도 바가지요금으로 기분 나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특히 제주도에서. 제주도 횟집에서 당한 바가지요금은 지금 생각해도 화가 난다. 제주도는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다. 모든 것이 비싸다 보니 제주도에 갈 바에야 일본에 간다고 하지 않는가? 관광객을 다시 볼 일이 없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전국의 항구 횟집에서도 바가지를 씌운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름도 생소한 저울 치기, 물 치기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노량진 수산 시장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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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뉴스를 보다 보니 미국에서는 팁(tip)에 대한 논쟁이 있는 모양이다. 근본적으로 팁은 낮은 임금 보존을 위한 한 방편이라고 보는 것 같다. 계산서를 보면 팁을 음식값의 몇 % 나 줄 것인지 예시가 적혀 있다. 요즘에는 그것이 최고 25%까지 올라간 모양이다. 내가 머물던 시절에는 최고 20% 정도였던 것 같은데. 최저도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최저 %의 팁을 주고 나온 적은 없다. 어떤지 죄를 짓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어서 아예 guilt tipping과 같은 표현이 있나 보다.
미국에서 돌아다니면서 항상 팁으로 1불짜리를 준비해야 했다. 오리건 주에는 셀프 주유소가 거의 없다. 그러니 주유소에서 직원이 주유를 하고 나면 영수증을 받으면서 1불을 건네주어야 했다. 앞 유리라도 닦았으면 2불에서 5불까지 주어야 했다. 모델에서 자고 일어나도 침대당 1불 정도의 팁을 남겨놔야 했다. 음식점에서 식사하면 음식값의 20% 정도는 팁으로 주어야 했다. 택시를 타도 팁을 주어야 했다. 만약 현금을 사용하게 되면 "Keep the change."라도 해야 했다.
미국에서 돌아다니다 보면 take out을 해도 암묵적으로 팁을 강요한다. 계산하는 곳에 팁을 넣는 통이 있었다. 드라이브 스루로 커피 한 잔을 사도 그 계산대에 거의 어김없이 팁 통이 있었다. 어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더니, take out인데도 역시 계산하는 곳에 팁 통이 있었다. 거기에는 돈 모아서 대학 등록금 낼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러니 잔돈 챙기지 말고 동전쯤은 쿨하게 두고 가라는 것이다. 부담 백배가 아닐 수 없다. 미국식의 이런 팁 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들어오지 않을까? 절대로 안 들어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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