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용 주화 (1) - 사용 주화와 미사용 주화
내가 관심을 갖는 주화는 2021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통용되는 500원, 100원, 50원, 10원 현용 주화이다. 5원과 1원 주화도 있지만 그 두 주화는 실제로 통용된다고 보기 어렵다. 지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고, 옛날에 사용되던 주화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오직 현용 주화 4종에만 관심이 있다. 수집가들은 깨끗하고 희귀한 주화를 모으고 싶어 한다. 그런 주화는 누구나 다 가질 수는 없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 '동전' 대신 '주화'라고 한다. 동(구리)로만 coin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단히 '500주', '100주', '50주', '10주', '5주', '1주'라고 한다.
주화 수집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사용되지 않은 주화(간단히, 미사용)를 사고 파는데 관심이 있다. 일반적으로 미사용은 사용된 주화(간단히, 사용제)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상당히 비싸다. 그런 만큼 미사용을 취미로 수집한다면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사용제 중에서도 매우 희귀한 것이 있는데, 그런 것들도 대부분 업자(業者)의 손에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다. 연도별로 발행된 사용제를 구하다 보면, 비록 사용제이기는 하지만 구하기 힘든 것이 있고, 그런 것은 어쩔 수 없이 업자로부터 구입을 해야 한다.
특정 연도의 주화의 가격은 간단히 말해 수요-공급의 원칙에 따라 정해진다. 주화를 수집하는 사람들이 모두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충분히 수만 명은 될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공통 주화가 있다면, 그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998년 500주는 비록 사용제라고 하더라도 3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주화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많이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덕분에 나름대로 주화 가격의 범위를 확인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는 가격을 붙이는 곳도 있다.
주화를 크게 미사용 주화(간단히, 미사용)와 사용된 주화(간단히, 사용제)로 구분할 수 있다. 우리나라 조폐공사에서는 미사용을 주화의 상태에 따라 완전 미사용(간단히, 완미; BU, Brilliant Uncirculated), 미사용(등급을 나타낼 때는 이것을 줄여서 간단히 '미'라고 하는 것이 좋다. Uncirculated), 준미사용(간단히, 준미; AU, About/Almost Uncirculated)의 3가지로 구분한다. 완미 상태의 주화를 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은 말 그대로 완벽한 주화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미 아니면 준미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용제도 상태에 따라 (극히 아름다운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극미품(極美品; 또는 간단히, 극미; XF, Extremely Fine), (아름다운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미품(美品; VF, Very Fine), (보통 정도의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이것은 '미'로 줄일 수 없다. 미사용 주화 등급 '미'와 혼동할 수 있다.) 보품(普品; F, Fine), (그럭저럭 주화로 볼 정도는 된다는 의미에서) 병품(竝品; VG, Very Good)의 4가지로 구분한다.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보품이나 병품은 사실상 상태가 아주 나쁜 주화를 말한다. 희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면 보품이나 병품의 수집 가치는 없다고 봐야 한다.
취미 수준에서 사용제를 수집하는 경우라면, 대개 극미품과 미품을 대상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미사용을 수집할 때 완미를 대상으로 할 수 있지만, 완미는 매우 드물다. 미사용을 인증하는 기관인 NGC에서 MS 70 등급을 받았다면 완미라고 할 수 있지만, MS UNC details ~ MS 69를 받았다면 미, AU를 받았다면 준미에 해당한다. 이 이외에 주화를 제작할 때 특별한 기법을 사용한 작품 수준의 프루프화(PRF, proof)가 있다. 미사용 중에서도 최상품 주화이다. 나는 프루프화 실물을 아직은 본 적이 없다. 관심은 있지만.
사용제를 구하기 힘든 경우라면 미사용을 구할 수밖에 있다. 미사용의 경우, 아마추어 수집가가 한눈에 그 상태를 알기는 어렵다. 극미품 중에도 준미에 해당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극미품을 준미, 심지어 미사용이나 완미로 파는 경우도 있지만, 아마추어 수집가가 그것을 알기는 어렵다. 업자가 미사용으로 팔았다면 그대로 믿는 수밖에 없다. '준미' 대신 '준미급' 또는 '미사용급'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은 사실상 극미품 중의 상(이것을 '극미+'와 같이 표시하기도 한다.)을 의미한다. 완미라고 하더라도 보관을 잘못해서 준미로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권위 있는 누군가가 미사용이라고 인증해 주지 않는 한 업자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미사용을 인증해 주는 업체가 있다. 대표적인 곳이 미국의 NGC(Numismatic Guaranty Company)이다. 업자의 말을 믿지 못한다면 이렇게 미사용을 인증받은 주화(간단히, 인증 주화)를 구입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일단 인증 비용이 개당 3만 원 정도이고, 게다가 인증받았다는 프리미엄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증 주화도 보관을 잘못해서 상태가 나빠지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아무리 보관을 잘해도 세월이 지나면 나빠지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