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191)
2024년 12월 21일 토요일 밤 9시 45분이 다 되었다. 오늘은 동지(冬至). 5시에 양 사장, 김 원장, 길 선생과 만나기로 해서 3시 40분에 당산동 집을 나섰다. 오늘 회비를 내기 위해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평상시에는 현금이 거의 필요 없지만, 오늘은 회비를 거출하는 날이라서. 최근 몇 달 동안 현금을 인출한 적이 없어서 조금 힘들었다. 모니터의 지시 사항을 따르면서 몇 번 실수를 했다. '계속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을 때 '확인'을 눌러야 하는데 '취소'를 눌렀다. 한 번만 인출하고 끝낼 것이기 때문에 계속하지 않으니까 순간적으로 '취소'를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랬더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고 한다. ATM 사용도 제대로 못하다니. 아무튼 성공적으로 인출하고 영등포구청역으로 갔다. 마곡역까지는 몇 정거장 안 된다. 마곡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었다. 김 원장 학원에 두 번 와 본 적이 있다. 그래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4시 30분에 도착했지만 김 원장이 뭔가 사러 가서 좀 기다렸다. 4시 45분쯤 김 원장이 왔고 4시 50분쯤에 길 선생이, 그리고 4시 55분쯤에 양 사장이 도착했다. 김 원장이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막걸리, 소주, 맥주도. '옛날 막걸리'라고 해서 반잔쯤 마셔봤다. 옛날 막걸리 맛이 나기는 나는 것 같다.
김 원장이 동네 시장에서 사 왔다는 나물이 모두의 입맛에 맞았다. 양 사장은 오늘 모임을 위해서 3일 동안 금주했다고 한다. 이틀이라고 했었나? 김 원장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어제도 한잔 한 것 같다. 그래도 술을 좀 줄였다고는 한다. 하지만 오늘 술 마시는 것을 보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길 선생은 소주 2잔 정도 마신 것 같고, 나는 맥주 1병 정도를 마셨다. 양 사장과 김 원장은 둘이서 소수 3병 정도를 마셨다. 그 두 사람은 건강한 체질을 타고난 것 같다. 칠순이 되었지만 고혈압약이나 고지혈약을 먹지 않는다. 당뇨도 없고.
주위에 다른 사람이 없고 우리끼리 있으니 편하기는 했다. 다만 김 원장이 준비한다고 고생했고, 또 우리가 가고 나면 치워야 하는 것도 일이다. 김 원장이 학원 일을 마친 뒤에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종 3에서 만나려면 6시나 6시 30분이 되어야 한다. 마곡에서 만나면 5시에도 만날 수 있고. 대신 길 선생은 마곡까지 오는데 3시간이 걸린다. 양 사장은 1시간 30쯤 걸리고. 8시 30분이 될 때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민감한 정치 이야기도 좀 했다. 이상하거나 고약한 정치인들도 성토(聲討)하고. 요즘 정국(政局)에 대해 네 사람은 거의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년 5월 초 연휴에 통영 여행을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김 원장도 함께 갈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100% 백수이고 길 선생은 95%쯤 백수니까, 그리고 양 사장은 연휴에 가게 문을 닫으니까 여행할 수 있지만, 김 원장 스케줄이 변수라면 변수이다. 아무튼 내년에는 꼭 함께 간다고 한다. 8시 30분이 되어 일어났다. 식사를 한 흔적을 좀 치워주려고 해도 김 원장이 손도 못 대게 한다. 내일 본인이 일찍 출근해서 치우니까 손대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손도 못 대고 그냥 일어섰다. 내년의 신년 모임을 기대하면서 나와 양 사장은 마곡역으로, 그리고 김 원장과 길 선생은 마곡나루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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