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1132)

지족재 2024. 10. 23. 03:17

늙어 가다 (1132)

 

2024년 10월 23일 새벽 2시 20분이 다 되었다. 잘 시간인데 일어나 앉아 있다. 어제 늦게 잠들었다가 새벽에 눈을 떴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어제는 비가 좀 내렸다. 어제는 이래저래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예기치 못한 부고를 받은 탓도 있을 것이다. 주변에 60살도 못살고 저 세상으로 간 사람들이 꽤 있다. 특히 같은 학교에 근무하면서 비교적 이른 나이에 저세상으로 가버린 PYB 선생을 비롯해서, 고등학교 선배이기도 했던 KYJ 선생이 있었다. PYB 선생은 20년 전에 위암으로, KYJ 선생은 30년 전에 심근경색으로 저세상 사람이 되었다. 세월이 벌써 그렇게 지났다. 

 

하늘이 정해준 대로 저세상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죽던지 간에. 질병으로 투병하다가 저세상으로 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지만 하늘이 정해 놓은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죽던 그것이 바로 운명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은 그 운명대로 그렇게 저세상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분히 운명론자(運命論者)이기에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편하다. 무엇을 하든 어떻게 살든 그것은 하늘이 미리 정해 놓은 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날도 하늘이 정해놓은 대로 갈 것이다.  

 

운이 좋으면 운이 좋은 대로 운이 나쁘면 운이 나쁜 대로 모두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살아보니 운이 나빴던 적도 있고 운이 좋았던 적도 있다. 그래도 돌아보면 지금까지는 비교적 운 좋게 살아온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운수 사나운 일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모든 것이 운수소관(運數所關)이고 팔자소관(八字所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벽이라서 그런가. 세상이 고요하고 쓸쓸하다. 이따금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사는 것이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씩 침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즐겁고 평안(平安)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인생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런 인생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즐겁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평안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건강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고 행복하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런 기억들을 다 날려버리려고 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런 기억들이 마음속 어딘가의 심연(深淵)에 숨어 있다가 가끔씩 나타난다. 나이 들어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어떻게 하더라도 지울 수 없는 인생의 기록이 아니겠는가? 그냥 그렇게 살다가 저세상으로 가는 것이 아닐까?

 

그나저나 새벽부터 왜 이렇게 감상(感傷)에 젖고 있는지 모르겠다. 새벽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가을이라서 그런가? 아니면 젊은 나이에 저세상으로 간 사람들의 부고를 받아서 그런가? 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 뭔가 원인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원인 없이 생기는 일은 없을 테니까. 하지만 굳이 그 원인을 찾을 일은 아니다. 아무튼 하루쯤 감상에 빠져 지낼 수도 있는 일이 아닌가? 100% 백수인데 하루쯤 그렇게 보냈다고 허송세월(虛送歲月) 한 것은 아니라고 강변(強辯)해 두련다. 아무튼 오늘은 좀 괜찮은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고 싶다. 한강의 책이 왔으니 그 책이나 읽으면서.

 

아파트 화단 나무에 핀 버섯.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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