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49)

지족재 2024. 1. 1. 08:20

늙어 가다 (849)

 

2024년 1월 1일 아침 7시 55분이다 되었다. 해가 바뀌어 '드디어' 2024년이 되었다. 새해가 되었다고 느닷없이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그냥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어떻게 보면 '복'이라는 것을 이미 충분히 받은 것 같다. 무탈하게 은퇴했고 지금 받는 연금으로 두 식구 사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다. 가끔씩 친구들에게 밥 한 번 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비록 인천 촌구석이기는 하지만 내 집도 있으니 길거리에 나 앉을 일도 없다. 오래되었고 별로 운행도 안 하기는 하지만 차도 있다. 여기서 무엇을 더 바라면 욕심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남들에게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이야기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앞으로 더 올 '복'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30년 동안  이미 많은 복을 받은 셈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 그러니 나에게 복이 더 오지 않고 단지 지금처럼만 지낼 수 있게 되어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렇다는 것이고, 사실 집 사람과 딸내미에게는 좋은 일이 더 있기를 바라기는 한다. 앞으로 내게 올 복이 있다면 집 사람과 딸내미에게 왔으면 좋겠다. 그런 다음에는 다른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복이 가기를 바란다. 

 

아침에 묵은 달력을 정리해서 버렸다. 요즘 세상에는 핸드폰이 있으니 그냥 장식용으로 탁상용 달력 몇 개만 있으면 충분하다. 핸드폰이 없던 시절에는 달력을 구하는 것이 중요했지만 요즘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고 보니 옛날에는 매일 한 장씩 뜯어내는 '일력'도 있었다. 요즘에는 그런 것을 볼 수 없다. 어느덧 그런 것들도 골동품이 되어 버린 세상이 왔다. 벽에 못을 박고 걸었던 달력도 한물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도 그런 달력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핸드폰을 사용하게 된 이후로는 많은 것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해가 바뀌었으니 그래도 뭔가 마음 가짐을 새롭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는 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조바심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얽매이고 싶지는 않다. 그런 의무감은 지난 40년간의 직장 생활로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자유롭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40년 넘는 직장 생활 끝에 얻은 자유 아닌가? 그러니 그런 자유를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다. 내키는 일이면 하고 내키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하고 싶어서 한 일이라도 중간에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 언제든지 그만두려고 한다. 의무감이 나를 힘들게 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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