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778)
2023년 9월 8일 오후 7시 35분을 지나고 있다. 폐렴이 완전히 나은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분상으로는 완전히 나은 것 같다. 11일에 다시 한번 검사와 진료가 예정되어 있다. 혈액 검사, X레이, 폐기능 검사를 하라고 한다. 두 달 동안에 X레이 검사를 몇 번이나 해도 괜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한 10번은 검사하는 것 같다. 괜찮으니까 하라고 하는 것이겠지. 병원에서도 X레이로 폐를 봐야 완치가 되었는지 알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 두 달 만에 거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동안에 사무실처럼 쓰던 당산동 방은 완전히 바뀌었다.
당산동 방안에 있던 거의 대부분의 물건을 버렸다. 여기저기 폐렴군이 남아 있을지 몰라서 입원하고 있는 동안에 폐기물 업체를 불러서 죄다 버려 버렸다. 방도 청소하고 도배도 새로 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버려서는 안 되는 것도 버리고 말았다. 30년의 기록이 담긴 외장하드도 그렇게 쓰레기로 버려졌다. 입원 중이어서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퇴원하고 나서 하나하나 살펴보다 보니 쓰레기로 버려진 것이 많다. 업체에서는 소각해 버린다고 했다는데 정말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퇴원해서 보니 책 몇 권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덥고 습한 한 여름을 잘 보내기를 바랐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생각하지도 못한 폐렴으로 꽤 고생했고 두 달을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날려 버리고 말았다. 말로만 듣던 폐렴이 내게 올 줄이야. 폐렴 증세 따위는 알지도 못했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매년 폐렴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 인터넷 정보를 보고 알았다. 나름대로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바이러스성 폐렴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는 않으니까. 사실 폐렴보다는 대상포진에 걸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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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도 벌써 3분의 1이 지나가고 있다. 늦더위라고 해야 하나. 여전히 덥다. 한동안 안 보던 정치 뉴스를 다시 보게 되었다. 요즘 국회에서는 대정부 질문이 한창이다. 꼴 사나운 모습도 여전하다. 국회의원들의 안하무인 태도 역시 여전하다. 정중하게 질문하는 국회의원은 겨우 3명 정도 본 것 같다. 무지하고 건방진 국회의원을 안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당권자에게 찰싹 달라붙거나 온갖 험한 말로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작자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니. 국민이 무섭지 않냐고 떠드는 작자들은 정작 국민이 무섭지 않은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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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험악해졌다. 어쩌다 툭하면 칼부림이 나는 세상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안전한 대한민국이라고 자랑할 일이 아니다. 걸아다니는 것도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어떤 이상한 사람에게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게 되었고, 느닷없이 음주 운전 차에 받힐지도 모를 일이다. 빌런들에게는 상응하는 처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보니 온갖 빌런들이 활보하는 세상이 오고 말았다. 고약한 민원으로 교사들이 죽어나가는 세상이 오고 말았다. 게다가 선동과 가짜 뉴스도 난무하고 과학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세상이 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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