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777) - 입원기(入院記) 2
2023년 9월 6일 오후 4시 45분이 다 되었다. 지난 7월 14일에 입원해서 7월 26일에 퇴원했으니 13일이나 병원에 있었던 셈이다. X레이 검사는 대여섯 번인가 한 것 같고, CT 검사는 두 번, 폐기능 검사와 심장 초음파 검사 그리고 복부 초음파 검사를 각각 한 번씩 했다. 폐기능 검사를 제외하고는 침대에 실려 다니며 검사해야 했다. 폐기능 검사는 침대에 누운 채 검사할 수가 없는 곳이라 휠체어를 타야 했다. 무엇보다도 폐기능 검사가 가장 힘들었다. 숨을 참았다가 내 쉬어야 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다. 원래 폐활량이 적은 편인 데다가 폐렴 치료를 받는 상태에서 힘들게 검사를 받아야 했다.
두 번째 CT 검사에서는 조영제를 투여하기 위해 왼팔에 수술용 바늘을 꽂아야 했다. 항생제와 수액을 맞기 위한 바늘보다 큰 바늘을 사용해야 했다. 바늘이 커서 육체적으로 아프다기보다는 그냥 그 큰 바늘을 꽂고 4일인가를 지내야 했던 심적인 고통이 더 컸다. 수액이나 항생제를 맞지 않고 있을 때도 팔에 여전히 주사 바늘이 꽂혀 있었다. 주사 바늘을 꽂을 자리를 찾기 위해 왼팔에서 오른팔로 갔다가 왼팔 안쪽으로 갔다가 다시 오른팔 바깥쪽으로 갔다. 더 입원했다가는 바늘 꽂을 자리도 없을 것 같았다. 가끔씩 간호사가 실수해서 "공기가 들어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하기는 했다.
새벽 5시쯤에는 수시로 피를 뽑았다. 혈액 검사를 위해서. 처음 며칠은 왼팔과 오른팔을 굽히는 부분에서 피를 뽑았다. 그러다가 다시 팔 바깥쪽으로 피를 뽑았다. 아마 이틀에 한번 꼴로 피를 뽑은 것 같다. 새벽 5시쯤에 입원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피를 뽑았다. 그리고 곧이어 X레이 검사를 해야 헸다. 입원 후 5일쯤 지나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수액을 맞는 것보다는 한 끼라도 식사를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해서, 없는 입맛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식사를 했다. 병원 식사를 처음으로 했는데, 솔직히 맛은 없었다. 먹으라고 하니까 먹을 뿐이다. 그래도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기는 했다.
식사 전에 고혈압 약, 아침 식후에 간 보호제와 고지혈 약, 점심 식사 후에 간 보호제, 저녁 식사 후에 다시 간 보호제를 먹어야 했다. 간 수치가 도대체 얼마나 나쁘길래 간 보호제를 하루 세 번을 먹어야 하는 것일까? 퇴원하는 날 아침까지 그렇게 해야 했다. 간 수치가 나쁘다고만 할 뿐 왜 그런지는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주치의가 호흡기 내과 전공이라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수시로 혈압을 쟀다. 병원에 있는 동안 처음 며칠이 지나고 나서는 혈압이 170까지 올라갔다. 기계 탓인가 해서 기계도 바꾸어 다시 재고 수동으로 재기도 했고, 자세를 바꾸어 재기도 했다.
어떻게 재든 퇴원하는 날까지도 혈압은 150 이상으로 나왔다. 간호사가 계속 머리가 아프냐고 또 뒷머리가 당기냐고 질문했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그런 증세 없이 그저 혈압만 높았다. 병원에서 왜 그런지 이유를 찾지는 못한 것 같았다. 퇴원하고 나서 인터넷을 보니 잠을 못 자면 혈압이 높아진다는 정보가 있었다. 사실 입원해 있는 동안에 잠을 잘 잘 수 없었다. 그래서 수면제 처방을 부탁했는데, 병원에서 간 수치 문제 때문에 센 수면제는 사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약한 수면제를 주었다. 하지만 그 수면제는 별로 효과가 없어서 이틀 만에 그만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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