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441)
2022년 7월 6일 새벽 0시 35분이 지났다. 어제도 더웠다. 비가 올 것 같기는 했지만 오지는 않았다. 오전 10시쯤 정 내과에 들렀다. 근처 공영 주차장에 주차하려고 갔더니 이미 만차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홈플러스로 갔는데, 그새 주차장이 유료로 바뀌어 있었다. 쇼핑도 하지 않고 무단으로 주차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정 내과에 약 처방을 받기 위해 3개월 만에 다시 갔다. 이른 시간이라 다른 환자는 보이지 않았다. 혈압을 쟀더니 110에 80이라고 한다. 약을 먹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혈압은 잘 조절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약을 끊어도 된다는 말은 없었다.
3개월짜리 처방전을 받아서 약국으로 왔다. 아무래도 죽을 때까지 계속 약을 먹으라는 것 같다. 혈압약은 원래 그렇다는 말을 듣기는 했다. 한번 먹기 시작하면 계속 먹어야 한다고. 고혈압과 고지혈은 그렇다고 치고, 다른 중병에만 걸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중병은 환자만이 아니라 환자 가족도 힘들게 한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앞날의 일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병이라는 것이 내가 조심한다고 안 걸리는 것일까? 그렇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는 데까지 살다가 가족들 힘들게 하지 않고 저 세상으로 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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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의 계절 아닌가? 돌아다니지 않으니 수국 보기도 힘들다. 대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러니까 1976년 여름이었을 것이다. 산정호수에 간 적이 있었다. 혼자 간 것은 아니었고 과의 MT였다. 당시에도 산정호수는 나름대로 알려진 유원지였다. 하지만 요즘처럼 세련된 유원지는 아니었다. 시외버스를 타고 힘들게 가야 하는 곳으로 시골 냄새가 물씬 나는 곳이었다. 우리 일행이 묵은 여관 마당에 둥든 화단이 있었고, 거기에 활짝 핀 수국이 있었다. 그때 수국을 처음 본 것도 아니련만, 요즘도 수국을 보면 그때 그 시골 여관과 거기 있던 수국이 생각난다.
요즘에는 그런 여관이 없을 것이다. 마당 주위로 방들이 쭉 이어져 있었다. 한지를 바른 미닫이 방문이 있었다. 요즘의 숙박 시설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방문을 열면 그냥 방이었고, 방 앞으로는 툇마루가 이어져 있었다. 그날 오후에는 장맛비가 내렸었다. 장맛비가 내리는 여름날에 툇마루에 앉아 멍 때리며 보던 수국이 인상적이었다. 누군가 그때 수국은 옆에 어떤 식물이 있느냐에 따라 꽃 색깔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맞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던데. 아무튼 그때 본 수국이 여전히 기억에 떠오른다.
다음 날은 비가 개었고, 일찍 일어난 사람들끼리 호수에서 배를 탔던 기억도 있다. 호수가 꽤 깊다는 말도 들었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방이 다 보이고 그리 크지도 않은 호수였으니까. 그 뒤 직장을 대학으로 옮기고 나서 1990년대 말까지 산정호수를 이런저런 일로 여러 번 갔었다. 그러나 그때 그 시절의 정취는 사라지고 없었다. 리조트와 온갖 놀이 시설이 들어서 있었다. 가고 싶지 않은 곳으로 변해 버렸다. 수국은 찾을 수도 없었고. 최근 20년 동안은 산정호수에 간 적이 없다.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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