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37)

지족재 2023. 12. 17. 23:11

늙어 가다 (837)

 

2023년 12월 17일 밤 11시 40분이 다 되었다. 울버햄튼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다. 황희찬이 한 골 넣어주기를 바라면서. 요즘에 외국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삶의 한 기쁨이 되고 있다. 이정후가 미국 MLB에 진출했다. 오타니만큼 활약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다. 이제 진정한 겨울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매년 내게도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돌이켜 보면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내게 좋은 일이라는 것이 있기는 있었나? 무탈하게 지금까지 지내왔으니 그것이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요즘에는 살면서 엄청나게 기대하는 것은 없다. 그동안 나는 많이 잘된 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 한때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쉽게 취직할 수 있었고 정년까지 잘 살았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더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인천 촌구석에서 진작에 벗어났더라면" 따위의 생각이다. 30년 동안이나 출퇴근하는데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잘 지내왔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욕심스럽다. 아무튼 잘 되면 좋고 안 되면 '그런 팔자'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올여름에 폐렴에 걸린 것도 팔자이고 얼마 전에 자동차 에어컨이 고장 난 것도 팔자이다. 

 

애지 중지 모아놓은 주화를 한 순간에 날려버린 것도 팔자라면 팔자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올여름에 열심히 수집해 두었던 주화를 날려 먹은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래도 몇 년간을 고생하며 모아 놓은 것인데. 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그 분야에 매진하려고 했었는데. 사라진 내 주화는 어디로 갔을까? 폐기물 업체에서 쓰레기 장에 그냥 매립해 버렸을까? 소각해 버렸을까? 안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누군가 잘 챙겨서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누가 봐도 중요한 것임을 알 수 있을 텐데 그냥 버렸을 리가 없다. 자꾸만 생각나고 마음이 아프다.  

 

이러다가 경매 사이트에서 내 물건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가끔 경매 사이트에 들어가 본다. 아직은 내 물건이 경매 사이트에 올라온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 물건을 획득한 사람이 경매 사이트 대신에 당근 마켓에서 헐값에 넘기는 것은 아닐까? 현실적으로 되찾을 방법이 없으니 되찾기 위한 노력도 할 수 없다. 경매 사이트에서 내 물건으로 보이는 것이 올라와도 내 물건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집에 남아 있는 주화를 보면 사라진 주화가 더 생각나고 마음이 쓰리다. 충격이 너무 커서 주화 수집을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이 좀 가라앉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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