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832)
2023년 12월 10일 오후 5시 5분이 지났다. 춥지는 않은데 하늘이 흐렸다. 비가 올 것 같다. 그렇다는 예보도 있었고. 어제는 오전부터 바빴다. 최 선생이 당산동으로 9시 10분에 나를 데리러 왔다. 경캠으로 갔다가 임 선생과 이 선생을 데리러 가기 위해 다시 근처의 벽산아파트로 갔다. 이곳의 벽산 아파트는 처음 가 보는 곳이었는데, 단지 곳곳이 언덕길이었고 길에 주차된 차도 많았다. 지하 주차장이 있다고 들었는데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 임 선생과 이 선생을 만나 K-호텔로 향했다. 이 선생이 오늘 2023년 수학교육대상자 1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되어 시상식에 축하차 참석하기로 약속했었다.
토요일 오전인데도 길에 차가 많았다. 11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시간의 압박을 좀 받았다. 그래서 서울대 정문과 후문을 지나 낙성대 터널로 빠지는 경로를 이용했다. 몇 년만에 서울대를 지나가게 되었다. 낙성대 터널이 있는지도 몰랐다. 다행히 11시 전에 호텔에 도착했다. 주최 측에서 마련한 원탁이 여러 개 있었다. 빈 원탁을 찾아 앉았다. 그런데 11시부터 시상식이 아니라 30분동안 리허설을 한다고 한다. 시상식에 리허설이 있다니. 생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이 선생에게 들으니 1분 간격의 시나리오가 있다고 한다. 생소한 진행에 놀랐다.
주최 측에서 팀장을 맡고 있는 졸업생 L 선생을 만났다. 그곳에 간지 벌써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30분 동안의 리허설을 마치고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10명의 수상자가 상을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그 뒤로 한 참 동안이나 사상자들과의 인터뷰가 있었다. 사전에 질문을 받고 수상자가 그 자리에서 답변을 나는 것이었다. 거의 50분이나 걸려 인터뷰가 끝났고, 점심 식사를 하였다. 점심 식사 중에 학회장 자격으로 참석한 G 선생과 주최 측의 본부장 L 선생이 인사하러 왔다. 예기(豫期)치 않은 상황이라서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지만, 반갑게 인사했다. 두 사람을 거의 10년 만에 보는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한 뒤에 세 사람이 자랑하던 판교의 y** 커피집으로 갔다. 사람이 많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네 사람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사장의 커피 철학과 고수 냄새가 풍기는 핸드 드립 스킬을 보면서 커피 5종을 마셨다. 에스프레소를 뽑는 기계는 아예 없었다. 오로지 사장의 핸드 드립만으로 커피를 만들었다. 이디오피아산 커피 한잔을 시작으로 쵸코렛 향 커피와 과일 산미의 커피 에센스, 라테,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포가토를 마셨다. 최 선생은 나와 같은 아포가토를 그리고 임 선생과 이 선생은 밸런타인 21년 산을 넣은 커피를 마셨다.
임 선생에게 위스키 커피를 조금 얻어 마시고 3시 좀 넘어 일어섰다. 당산동으로 가서 저녁 식사를 같이 하기로 했다. 판교에서 서초 4거리를 빠져 나올 때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 기본적으로 차가 많았다. 대책 없이 끼어드는 차들 때문에 최 선생의 운전이 힘들었다. 당산동에 도착하니 5시가 다 되었다. 애초에 염두에 두었던 식당에 가보았지만 대기해야 해서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다. 대신 다음 주에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불가능했다. 5시 예약만 가능하고, 만약 그 시간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 다른 팀을 먼저 받아야 하니까 그 팀이 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5시 예약하고 한 사람만 먼저 와서 기다리다가 5시 반쯤에 일행이 오면 그때 식사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러면 예약을 못 받는다고 한다. 그러니 예약을 할 수 없었다. 5시에는 친구들이 올 수 없다. 5시 반에도 다 모인다는 보장이 없다. 멀리서 와야 하기 때문에. 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사가 잘되니까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저녁 식사를 위해 다른 곳으로 갔다. 이전에 한번 가 본 적이 있던 곳이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게다가 4인용 방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다. 비용은 좀 나왔지만 장소를 생각하면 예약을 하지 못한 그집보다 훨씬 나았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즐겁게 했다. 늘 하던 이야기이기는 하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음 주 친구 모임 장소로 아예 그곳을 예약했다. 4인용 방을 확보할 수 있어 좋다. 최 선생이 나를 내려 주고 다시 다른 두 사람을 벽산 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다음에 귀가해야 한다. 오늘도 그랬지만 최 선생이 늘 이런저런 수고를 많이 한다. 집에 오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많이 걸은 것도 아닌데 피곤했다. 12시간이나 바깥에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집 밖에서 12시간이나 있던 적은 없었다. 기껏해야 5시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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