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770)

지족재 2023. 7. 1. 04:30

늙어 가다 (770)

 

2023년 7월 1일 새벽 3시 35분이 다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아 이런저런 것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에서 여행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내가 못 가본 지역을 돌아다니는 유튜버들을 보니 부럽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는 대신 여행 유튜버로 나선 사람들이다. 내게도 그런 용기가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요즘은 대학생들도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내가 대학생일 때는 해외여행이라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다. 해외 유학은 가능했지만 해외여행은 거의 불가능했다. 1989년쯤 되어 비로소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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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던 때가 기억난다. 연구소에 근무할 때 운 좋게도 1988년 11월 말에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있는 University of Washington으로 한 달 동안 연수 출장을 갈 수 있었다. 5명이 같이 갔었다. 내가 있던 부서에 처음으로 연수 TO가 내려왔고, 내가 첫째로 가게 되었다. 그래도 미국 간다고 어느  영어 학원에 가서 기초적인 영화 회화가 가능한지 테스트도 받았다. 생각해 보니 그때가 지금보다  영어를 좀 더 잘했다. 처음으로 여권도 만들었고 미국 대사관에 가서 비자도 받았다. 출발하기 전에는 몇 시간 동안 안기부 주관의 연수도 받았다. 이런저런 주의 사항을 들었다.  

 

연수 출장이라 고맙게도 비용은 연구소에서 전액 부담했었다. 그때만 해도 해외여행이 힘든 시절이라 미국에 간 김에 귀국할 때 하와이에 들러 구경하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김포공항에서 출국해서 LA 공항을 거쳐 시택(시애틀 타고마) 공항에 도착했었다. 무조건 대한항공을 이용해야 했다. 그 당시에는 국정 항공사가 대한항공뿐이었다. 지금은 대한항공의 시애틀 직항이 있지만 그 시절에는 직항이 없어서 LA를 경유해야 했다. UW 연수를 마치고 LA를 거쳐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3일 정도 구경하고 나서 김포공항으로 귀국했다. 현재의 김포 국내선 공항이 그 당시에는 국제선 공항이었다.

 

늦가을에 시애틀에 도착했는데 처음 보는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었었다. UW 대학의 위용이 대단했었다. 미국의 대학을 처음으로 보다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학교 근처의 모델 Travel lodge에서 지내면서 평일에는 거의 매일 학교에 갔었다. 걸어서 10분 정도면 갈 수 있었다. 공식적인 일정이 없으면 여기저기를 두루두루 구경했었다.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면서. 그러고 보니 그 한 달 동안에 상당히 많은 경험을 했었다. 35년 전의 일인데도 기억나는 것이 많다. 특히 그 당시 UW의 호스트 교수와 유학 중이던 한국인 두 분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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