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763)

지족재 2023. 6. 24. 06:09

늙어 가다 (763)

 

2023년 6월 24일 아침 5시 40분이 지났다. 어제 본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때문에 쓸데없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 일이 절대로 일어날 리가 없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늙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회춘(回春)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회춘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67살을 바라보면서 그저 그 나이에 맞게 늙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백발에 머리카락도 많이 빠져서 더 나이 들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별로 개의치 않는다. 백발이 되기 시작한 것도 탈모가 시작된 것도 이미 오래전이다. 새삼스럽지도 않다.

 

굳이 세월을 거스르고 싶지 않다. 아직까지는 젊어 보이려고 염색해 본 적도 없다. 가능하면 앞으로도 죽을 때까지 염색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현직에 종사 중인 양 사장이나 김 원장은 염색을 하지만, 나는 현직에 있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을 때도 염색한 적이 없다. 그러니 이제 와서 염색을 해서 친구나 지인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도 않다. 양 사장도 김 원장도 그리고 길 선생도 나만큼 백발은 아니다. 하지만 엊그제 보니 양 사장도 김 원장도 탈모가 착착 진행 중이다. 탈모가 심한 길 선생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고.  

 

이제 길 선생과 함께 양 사장도 모자를 쓰고 다닌다. 나와 김 원장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조만간에 나도 모자 동맹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그나마 있는 백발이 사라지면서 백두(白頭)에서 완연한 독두(禿頭)의 세계로 들어가면 모자를 쓸 수밖에. 그런데 누군들 그렇게 늙어 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세상 이치'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 탈모를 피할 수 있다고 약도 먹고 또 뭔가를 바르고 어떤 샴푸도 쓴다고 하지만 굳이 그런 식으로 회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귀찮기도 하고, 아직은 그럴 시간에 <유튜브>를 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껏 머리에 손대지 않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회춘한다고 머리에 손댄다면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한다고 내 본질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언젠가 양 사장이 머리만 보면 지하철 경로석에 앉아도 되겠다고 한 말이 생각난다. 그때는 60살도 되기 전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경로석에 앉는 것이 불편하기는 하다. "내가 그렇게 늙었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그렇기는 해도 요즘의 나는 지하철에 빈자리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냉큼 않는다. 앉는 것이 서 있는 것보다 훨씬 편하니까. 그래도 아직까지는 누군가 내게 자리를 양보한 적이 없다. 아직 그 정도로 늙어 보이지는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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