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조 사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만화

지족재 2022. 4. 13. 09:31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조 사코, 글논그림밭)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살던 땅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그들이다. 나치 독일의 탄압으로 시련을 겪은 유태인들이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 등의 도움으로 팔레스타인 땅으로 들어와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결국 원주민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그들의 뜻과는 상관없이 두 지역으로 나뉘어 살게 되었다. 이집트 쪽의 가자와 요르단 강의 서안 지구로 분리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수립하기는 했지만 아직 국가로서의 대접을 온전히 받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유태인들이 겪은 유명한 홀로코스트 때문에 어쩌면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것 같다.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은 테러로만 기억되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만화는 1956년에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다루고 있다. 당시의 문서 자료와 참상을 겪은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해서 가자 지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의 만행을 기록하고 있다. 조 사코는 2002~2003년에 가자 지구를 방문해서 당시 학살 피해자의 가족, 친지, 친구들의 증언과 학살로부터 간신히 살아난 사람들의 증언을 수집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인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증언은 부풀려질 수 있고, 기록은 정직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만화의 부록에 보면 팔레스타인 쪽에서 나온 당시의 기록은 없는 것 같다. 그런 기록을 남길 만큼 팔레스타인의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스라엘과 유엔 등의 기록이 있지만, 가해자인 이스라엘의 기록이 정직했는지 알 수 없고, UN의 기록도 객관적인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피해를 당한 사람은 분명히 있지만, 가해자의 기록만으로 그가 왜 피해를 당해야 했는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