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90)
갑자기 고혈압, 고지혈증 진단을 받고 놀랐다. 몇 개월 전부터 예전 같지 않게 숨이 찼다. 이전에 겪은 적 없던 새로운 증세가 나타났다. 잠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지속적이어서 동네 병원에 들렀다. 그게 11월 20일이다. 혈압이 지나치게 높게 나왔다. 일단 일주일치 약 처방을 받았다. 고지혈증 검사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11월 25일 검사 결과를 받았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당히 높다고 한다. 그것 말고 또 무슨 수치가 높다고 한다. 복합 증세라고 한다. 그래서 고지혈증 약도 처방 받았다.
고혈압이라니. 고지혈이라니. 나와는 무관해 보였다. 나이 들면 고혈압이 온다고 이야기는 들었지만, 내게 그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난 한 동안 저혈압이었고, 고혈압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 기껏 130-80이었는데. 매일 아침 고혈압 약과 고지혈증 약을 먹으면서도 내게 그런 때가 왔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나니(12월 26일) 혈압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두 달치 처방을 받았다. 약국에서 약 잘 드시라고 한다. 그럴 생각이다.
동생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기막혀 한다. 그 무슨 대수로운 일이냐고. 나이 들면 다 그렇게 된다고. 말을 안하고 있을 뿐 대부분 고혈압에 고지혈에 당까지 높아지고 약 먹고 있을 거라고. 본인도 벌써부터 고혈압약, 고지혈증약, 게다가 당뇨약도 먹고 있다고. 요새는 약이 좋아서 약 잘 먹으면 정상으로 유지되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뭐야 그런 거였나. 그 이야기를 들으니 왠지 위로가 된다. 너무 예민하게 살지 말고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내란다. 그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