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88)
어머니의 사투가 길어지고 있다. 그저 마음이 아플뿐이다. 병원에 계신다고 해서 뭔가 호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퇴원할 수도 없다. 수술 환자가 아니어서 그렇게 오랫동안 입원할 수는 없다고 했지만, 여전히 몸 안에 균이 있는 상태라 퇴원을 요구하지 않는다. 보름동안 중환자실에 있다가 격리실로 내려온 것이 벌써 두달째이다. 가끔 집에 가시고 싶다고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으랴. 아버지는 호전되지도 않는데 병원에 있어봐야 소용없다며 퇴원시키자고 하시지만, 막상 퇴원해도 걱정이다. 90 노인네가 병수발을 어찌 들 수 있겠는가. 아버지 마음이야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으로 모신다고 상태가 호전될 리도 없고, 이래 저래 진퇴 양난이다. 게다가 어머니가 삶에 애착을 보이시지도 않는다. 병이 길어지니 마음이 괴로우신 모양이다. 왜 아니 그러시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