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

늙어 가다(87)

지족재 2017. 12. 3. 02:54

늙어 가다(87)


금요일에 잠시 어머니를 뵙고 왔다. 며칠전에 고비가 한번 왔었다. 잘 넘기기는 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 내가 왔다고 알리니 간신히 눈을 뜨고 보신다. 하지만 눈뜨고 있는 것도 괴로우신 듯 이내 감고 마신다. 뭐라고 말씀하시지만 알아 들을 수도 없다. 뭔가 말씀하시고 싶은 모양이다. 그저 걱정하지 마시라고, 식사하셔야 한다고, 그래야 퇴원하실 수 있다고 말을 전하기는 하지만 퇴원은 어려울 것 같다. 의사가 보고 갔지만 별 말이 없다. 며칠 전에 연명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나온 터이라 달리 할 말도 들을 말도 없긴 하다. 그래도 기적이 있어 좀더 사셨으면 좋겠다. 정신은 온전하신데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마음이 괴로우실거다. 


연명 치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갈비뼈가 부러져 가면서 까지 심장 박동을 유지한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여기 저기 헐어 가면서 호스를 끼운 채 강제로 음식을 넣은 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런 모습으로 기계에 호흡을 밑긴 채 누워 계신 것을 또 어찌 볼 수 있으랴. 또 진통제 때문에 몽롱하게 누워 계시는 것은 어머니도 원치 않으실게다. 연명 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찾는 마음이 괴롭다. 잘 한 것일까. 잘 한 것이겠지. 어머니가 어쩌다 이렇게 되셨나. 애처롭고 애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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