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85)
딸내미 보러 미국에 온지 2주가 지났다. 딸내미를 보는 마음은 편치 않다. 할 말이 많이 있지만 곧 서른이 되는 딸내미를 붙잡고 진지한 이야기를 할 용기는 없다.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는지. 이해가 아주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제 나름대로는 최선이라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불투명하고 불안정하기만 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집 사람은 진실로 대견하다고만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내게 가끔 묻는다. 대견하지 않냐고. 드러내 놓고 아니라고는 못하고 건성으로 맞장구를 친다. 그러나 그게 내 본 뜻은 아니다.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데, 집사람도 딸도 상당히 낙관적이다. 내가 보기에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일 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색을 하지는 못한다. 이제와서 그런 이야기를 해서 집사람과 딸내미 마음에 초를 칠 생각은 없다. 집사람과 딸이 내 마음을 짐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지만, 마음을 전할 수가 없다.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뿐이다. 딸이 제 생각대로 잘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딸이 낙관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힘들다는 메시지를 암암리에 보내기도 한다. 제 엄마에게는 이런 저런 어려움을 곧잘 이야기 하는 것 같다. 하지마 내게는 그렇게 까지 어려움을 토로하지는 않는다. 본인이 저지른 일이라 내겐 그런 것을 감추려고 한다. 하지만 가끔씩은 우회적인 말과 행동으로 전한다. 하지만 난 모른 척한다. 이제 와서 그런 어려움에 동조해 주고 싶지는 않다. 본인이 저질렀으니 본인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 그런 어려움이 있으면 좀 정리하고 단순화해서 생활해야 할 터인데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공부만 하기도 바쁠텐데 친구도 자주 만나러 다니고. 2년째 꼬박꼬박 한국에도 왔다가고. 나 같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국에 다녀가는 것은 커녕 친구도 거의 만나지 않고 거의 학교에서 살 것이다. 딸내미의 생활을 보면 내가 생각하는 그런 유학 생활은 아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를 신경쓰면서도 공부가 된다는 것인지. 난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