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

늙어 가다(86)

지족재 2017. 11. 17. 04:05

늙어 가다 (86)


가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요즘은 이래저래 가을이 오는 것도 가는 것도 못 본 척하고 있다. 우선은 몇 개월째 와병 중인 노모때문에 그렇다. 어머니가 그리 되리라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기력은 없지만, 그래도 정신은 온전하신 편이다. 그냥 눈 감고 그렇게 계신다. 반쯤은 체념하신 것 같기도 하다. 자기 육신을 남에게 맡긴 채 그리 누워 계신 것이 한스러우신게다. 왜 아니 그럴까. 식사를 못하시니 영양제를 맞을 수밖에 없는데, 그런 자신의 모습이 싫으신 모양이다. 그만 하자고 하신다. 진심이 아닌 듯 진심인 듯. 그러나 어찌 그러랴. 잘 드셔야 퇴원하신다고 말은 하지만, 여지껏 회복해서 퇴원하신 적은 없다. 그저 잠시 병원을 벗어나고 싶다고 하셔서 퇴원하지만, 이내 재입원했다. 그렇게 벌써 6번째 병원 생활이다. 그냥 저냥 지켜보는 것 이외에 더 무엇을 할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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