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307)
2025년 4월 17일 목요일 밤 9시 30분이 다 되었다. 오전에 인천에 갔다가 오후에 서울로 올라왔다. 주중에는 거의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운전이 싫지만 안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운전을 즐길 나이는 진작에 지났고 운전이 부담스러운 나이가 되었다. 점점 부담스럽기만 하다. 양 사장과 김원장은 여전히 운전을 즐기는 모습인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운전을 안 해도 되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구름이 좀 많은 날이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기온은 높았다. 이제 운전하다 보면 덥기도 해서 가끔씩 에어컨을 켜야 한다. 아직은 에어컨 냉매가 좀 남아 있는 것 같다. 아마 조만간에 냉매가 다 빠져나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 에어컨이 망가져서 부품을 교환해야 하지만 부품을 구할 수가 없다고 했다. 요즘은 그 부품을 아예 생산하지 않는다고 한다. 차를 산 지 겨우 10년밖에 안 되었는데 부품을 안 만들면 어떻게 하란 말인지. 그 부품이 별로 안 팔려서 안 만드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 팔리는 것을 계속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튼 그래서 작년에 임시로 처지 했는데 그것도 1년이 다 되어 간다. 뭔가 접착제 같은 것을 발라서 냉매가 빠져나가는 구멍을 임시로 막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서비스 센터에서 길면 1년이고 빠르면 몇 개월이라고 했다. 이제 거의 수명이 다 한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데 시간이 너무 잘 간다. 뭔가 보거나 읽거나 쓰다 보면 어느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한번 가면 다시 못 올 시간이라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사실 대단한 일을 하는 것도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살아 있는 동안에 가능하면 나 자신에게 의미 있게 시간을 쓰려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killing time 중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다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 내게 별 걱정 없이 연금 받아서 편안하게 사는 좋은 인생이라고 했다. 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도 없고 편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살다 보면 걱정도 하고 뭔가 불안할 때도 있고 더러 속상할 때가 있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걱정한다고 불안해한다고 그리고 속상해한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다. 그러니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자연인>이라는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그렇게 사는 것도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운수가 사나워서 그런지 나는 그렇게 살 수가 없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의무처럼 짐이 지워진 일들이 있다. 권리는 없고 오로지 책임과 의무만 남아 있는 것 같다. 내 책임인지 아닌지 내 의무인지 아닌지 잘 모를 때도 있다. 하지만 한번 그렇게 짐 지워진 책임과 의무를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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