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994)

지족재 2024. 6. 1. 10:49

늙어 가다 (994)

 

2024년 6월 1일 오전 10시가 다 되었다. 좀 자야 하는데 이런저런 일을 하다 보니 잠자야 할 시간을 놓쳤다. 잠을 놓친 김에 커피 한잔을 마셨다. 오늘따라 컵 받침의 Palau 풍경이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아주 오래전에 누군가 팔라우에 다녀와서 선물로 준 것이다. 적어도 25년은 된 것 같다. 팔라우에서 만들었는지 아니면 'made in china'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오랫동안 잘 쓰고 있다. 이 정도로 오래되었으니 좀 낡은 티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사용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컵 받침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가끔씩 보면서 팔라우 여행을 꿈꾸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에 TV 프로그램에서 '팔라우 김 씨'라는 프로를 본 적이 있다. 그 김 씨가 사는 태평양의 섬나라 팔라우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못 갔고 앞으로도 언제 가 볼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은퇴해서 심신이 자유로워졌는데도 막상 결행을 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것도 걱정이 되고 저런 것도 걱정이 된다. 유튜브에서 보는 것처럼 해외에서 젊은 사람들처럼 캠핑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캠핑카를 몰고 다닐 운전 실력도 안 되고 호텔에서 숙박할 재력도 없고. 하염없이 걸어 다닐 수도 없고. 패키지여행은 싫고. 그래서 결국은 못 가고 있다.

 

그냥 커피 한잔 마시려고 했는데 팔라우를 못 가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울적해졌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사실 팔라우만 가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남태평양의 수많은 섬들이 있지 않은가? 타히티나 이스터섬에도 가고 싶었고. 그런데 지금도 갈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알래스카에 가 보고 싶다. 언젠가는 알래스카를 가야겠다는 생각에 그동안 읽은 알래스카 관련 책이 여러 권이다. 유튜브 영상도 많이 봤고. 남태평양의 섬에 가는 것보다는 알래스카에 가는 것이 훨씬 쉽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직항은 없지만, 일단 시애틀로 가서 국내선을 타면 된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실행하려면 이런저런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결심하기가 어렵다. 20년 전쯤에 미국에 visting scholar로 있을 때 알래스카에 갔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쉽기 그지없다. 하지만 그때도 알래스카의 여름철에는 일단 모기가 엄청나게 많고, 세단으로는 알래스카의 길을 돌아다니기 힘들고, 모든 것이 비싸다는 주위 사람들의 현실적인 조언이 있어서 망설이다가 실행을 못했다. 게다가 장인어른의 병세가 나빠져 급히 귀국해야 하는 사정이 생겨서 결국 알래스카 여행은 계속 꿈으로만 남게 되었다.    

 

잠을 잘 시간을 놓친 김에 커피 한잔 마시려다가 감상에 빠져 들었다. 팔라우 풍경을 있는 컵 받침을 보는 바람에. 아마도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니 어딘가 탈출하고 싶어 하는 의식이 숨어 있다가 깨어난 것 같다. 그나저나 오리건 주에 가긴 가야 하는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계좌를 정리해야 하는데. 미국에 자주 갈 것이라고 계좌를 살려놨더니 미국 카드를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큰돈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꼭 가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오가는 비행기 값, 차 렌트비, 숙박비를 생각하면 안 가는 것이 낫다. 한국에 있으면서도 계좌 정리를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절차가 좀 복잡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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