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저런 일

늙어 가다 (820)

지족재 2023. 11. 25. 19:14

늙어 가다 (820)

 

2023년 11월 25일 저녁 6시 25분이 다 되었다. 쌀쌀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것 같지만, 집안에 머물다 보니 추위를 그다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가능하면 외출할 일을 만들지 않고 있다. 불가피한 약속을 제외하고는 웬만한 약속은 뒤로 다 미루고 있다. 바쁜 것도 아닌데 추위에 굳이 돌아다녀 봤자 몸 상태만 나빠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 겨울을 제대로 느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만히 집안에 들어앉아서 겨울 정취도 모르고 산다면 너무 멋없는 인생이 아닌가? 마음이 왜 이리 오락가락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은퇴하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좀 갇힌 생활을 하고 있다. 한동안 코로나로 그런 생활을 강요당했지만, 지금은 꼭 그럴 필요도 없는데 여전히 그런 생활을 하고 있다. 이런 생활도 익숙해져서 혼자 책도 보고 유튜브도 보면서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 이전에 한번 읽었던 책들을 다시 보고 있다. 마치 새로 읽는 것 같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긴 소설을 한 번만 읽어도 그 내용을 대략 기억할 수 있었다. 주인공부터 그 주변 인물까지 그 이름도 잘 기억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기억력은 없어지고 말았다. 틀림없이 읽었던 책인데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나만 그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그런 것인지 잘 모르겠다. 요즘에는 한번 읽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같은 책을 여러 번 본다. 심지어 만화책도 몇 번씩 다시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이전에 보았던 것이 더러 기억나게 된다. 그래서 굳이 새 책을 사지 않아도 읽어야 할 책이 많다. 대략 내용이 기억나는 책들은 이미 정리해 버렸다. 낡은 것은 버렸고 낡지 않은 것은 다른 사람에게 주었다. 그렇게 정리하고도 남은 책이 아직 많다. 당장 읽어야겠다고 책상 위에 올려둔 책만 다섯 권이다. 요즘에 읽기 시작한 것은 칼 세이건의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이다. 500페이지나 되는 긴 책이다. 

 

빌 브라이슨의 <나를 부르는 숲>도 읽어야 하고, 고다이라 쿠니히코의 <수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도 읽어야 한다. 남문현과 손욱의 <전통 속의 첨단공학기술>도 읽어야 하고, 강재언의 <서양과 조선>도 봐야 한다. 한 책을 차분히 읽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 이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저 책을 읽고, 저 책을 읽다가 지루해지면 또 다른 책을 읽는다. 다섯 권을 돌려가며 읽다 보니 아직 한 권도 다 읽지 못했다. 하루 종일 책만 읽는 것이 아니다 보니 책 읽는 속도가 더디다. 하지만 괜찮다. 올해가 지나가기 전까지는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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