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

늙어 가다 (479)

지족재 2022. 8. 13. 01:40

늙어 가다 (479)

 

2022년 8월 13일 새벽 0시 30분이다. 갑자기 비밀번호를 잊어서 메일을 못 볼 뻔했다. 늘 들어가던 사이트인데 왜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을까? 기억력이 감퇴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은퇴하고 나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힘들여 뭔가를 외워야 할 필요가 없다 보니. 사실 외운다고 해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아무리 머릿속에 잘 간직한다고 해도 며칠 정도 유지될 뿐이다. 옛날처럼 기를 쓰고 외우려고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억력이 감퇴되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치매가 걱정이 된다. 치매는 학력을 가리지 않는 것 같다. 

 

기사를 하나 보았다. 노인 우울증에 관한 것이다. 기억력이 감퇴되면 치매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울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10명 중에 2~3명이 해당될 정도로 노인 우울증이 흔하다고 한다. 그러면 나도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 일단 내게 코로나 블루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코로나가 길어지다 보니 무력감이 좀 있다. 기분이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기억력도 기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코로나로 우울해서 기억력이 떨어진 것일까? 확실히 우울하면 뭔가 기억하려고 해도 잘 기억되지는 않을 것 같다.

 

노인 우울증 증세에 기억력 감퇴가 포함된다고 한다. 그런데 기억력이 감퇴되었다고 노인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아닐 것이다. 기억력이 감퇴되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노인 우울증과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기억력이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당장 노인 우울증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매 때문에 내 기억력이 나빠졌다고 생각하기도 싫다. 내 나이 정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을 보기는 했지만, 인지적으로 나는 아직 멀쩡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인 우울증 증세에 식욕 부진이 포함된다고 한다. 확실히 요즘에 식욕이 없기는 하다. 뭔가 특별히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어떤 때는 단지 의무감에 식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원래 식탐이 없는 편은 아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있다. 하지만 요즘에 그것을 찾아서 먹을 정도의 의욕이 생기지는 않는다. 날씨 탓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코로나로 기분이 가라앉아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노인 우울증이 있으면 식욕이 부진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식욕 부진이 있다고 해서 노인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노인 우울증 증세에 잠을 잘 못 자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나도 잠을 잘 못 자기는 한다. 잠 주기도 일정하지 않다. 요즘에는 더워서 잠을 잘 못 잔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저런 소리에 예민해서 자다가도 눈을 뜨는 일이 많다. 때로는 쓸데없는 상념에 사로 잡혀서 밤을 새우는 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잠버릇이 하루아침에 생긴 것은 아니다. 상당히 오래전부터의 습관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니 적어도 내 경우에는 노인 우울증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일반적으로도 잠을 잘 못 잔다고 해서 노인 우울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노인 우울증 증세에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저하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매사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것에는 관심이 충분히 있다. 다만 관심이 있기는 해도 의욕까지 충분히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뭔가 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꼭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냥 포기하기도 한다. 뭔가 하려고 했던 일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하기도 한다. 아무튼 일반적으로 매사에 관심과 의욕이 없다고 해서 노인 우울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우도 있기는 하겠지만.   

 

노인 우울증이라면 이러저러한 증세가 있다고 할 때, 충분한 임상적 사례가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그것은 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증세가 있으면 노인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병원에서는 이러저러한 증세가 있으면 노인 우울증이라고 판단하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다분히 가설 연역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런 식으로 판단한다면 몇 가지 증세가 나와 맞아떨어진다. 그렇다고 내가 설마 노인 우울증에 걸린 것일까? 믿어지지 않는다. 절대로 아닐 것 같다. 심심풀이로 읽어 본 기사인데 괜히 읽어본 것 같다. 아는 것이 병이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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