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

늙어 가다 (480)

지족재 2022. 8. 14. 02:38

늙어 가다 (480)

 

2022년 8월 14일 새벽 1시 5분이다.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으니 커피를 마신다. 참아야 하는데, 참지 못하고 커피 한잔을 다 마시고 나니 아예 잠이 멀찌감치 가 버렸다. 뉴스도 보고 <youtube>도 본다. <youtube>에 들어가면 내가 보고 싶어 하는 영상이 항상 떠 있다. 자주 보는 영상을 추적하는 알고리즘이  있어 그런 것이다. 구글에서 알고리즘을 잘도 만들어 놨다. 마치 내가 어떤 영상을 즐겨보는지 모니터하고 있는 것 같다. 30년 전만 해도 이렇게 놀라운 세상에 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eBay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이메일이 온다. 회원 가입을 괜히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구하고 싶은 물건이 싼 가격에 올라와 있을까 하는 생각에 회원 가입을 하고 물건을 찾아보았었다. 그런데 국내 시장 가격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해외 우송료까지 생각하면 굳이 eBay에서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살펴보고는 사이트에 다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도 ebay에서 계속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일본의 경매 사이트도 마찬가지이다. 그 사이트를 통해 일제 강점기의 교과서 1권을 3만 원 정도에 구입한 것이 전부인데도 거의 날마다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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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4월에 입대했다. 1980년 한 해를 이런저런 일로 힘들게 보냈다. 어차피 가야 하는 군대이니, 끌탕을 하면서 직장에 다닐 것이 아니라 이참에 휴직하고 군대에 갔다 오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대학원에 다닌 것이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 되기는 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에 입학했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입학한 것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는 공부를 더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입대를 미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대학원을 마치고 입대할 생각이었지만, 1980년 한 해가 너무 힘들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당장 그만들 수도 없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일단 입대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제대 후에 다시 진로를 모색해 볼 생각이었다. 중학교 교사를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전직을 할 것인지 군대에 있으면서 고민할 생각이었다. 입대하는 마당에 대학원에 더 다닐 이유도 없었다. 한 학기를 남겨두고 휴학을 했고 4월에 입대했다. 안성에 있는 안법 고등학교가 집결지였다. 거기서 수백 명이 모여 다 같이 기차를 타고 논산 훈련소로 갔다. 이발을 하지 않고 훈련소에 입소해서 첫날부터 '장발'이라고 불리면서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4주 동안 이런저런 군사훈련을 받았다. 훈련이 힘들기는 했다. 발바닥이 찢어져서 한동안 걷지도 못했지만, 얼마 동안은 열외를 인정받아 남들 훈련하는 것을 구경했다. 훈련을 마치고 기차를 타고 서울 용산에 있는 용사의 집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각 부대에서 신병을 데리러 온다. 멀리 전방으로 가는 사람도 있고, 특전사로 가는 사람도 있다. 어디로 가게 될지 알 수도 없었지만, 궁금하지도 않았다. 군대가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그래 봐야 2년 2개월인데. 그렇게 생각하며 대기하고 있는데 어떤 병장이 내 이름을 불렀다. 나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렇게 둘을 데리고 나가더니 인천행 전철을 탔다. 부평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백마장에 있던 부대로 왔다. 야산 자락에 있는 조그만 부대였다. 탱크 같은 것은 보이지도 않았다. 부대와 길 하나를 두고 동네가 있었다. 거기서 그렇게 군대 생활을 했다. 자대에 도착하고 일주일쯤 뒤에 4명이 더 와서 6명이 동기가 되었지만, 그중의 2명은 중간에 의병 제대했다. 동기 4명 중 1명은 대학교 2학년을 마쳤고, 나를 포함한 3명은 대학을 졸업하고 입대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온 3명은 제대 후에도 가끔씩 만났다. 각자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 지금은 연락이 완전히 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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