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477)
2022년 8월 11일 새벽 0시 15분이다. 8월도 벌써 중순으로 들어가고 있다. 요즘에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음이 불편하지는 않다. 바라던 바이기 때문이다. 은퇴와 함께 일중독자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은퇴 전에는 다분히 일 중독자처럼 살았다. 미국에서 때때로 긴 휴가를 보내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일에서 완전히 멀어질 수는 없었다. 불편했지만 노트북을 가지고 다녔다. 틈틈이 일 하느라고.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다 보니,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오랫동안 일 중독자처럼 살았다. 서둘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낮에도 밤에도 이것저것 들여다 보고 뭔가를 써냈다. 생각해 보면 대단치도 않는 것들인데. 은퇴했으니 이제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 뭔가를 써낸다고 긴 세월 동안 하도 머리를 쥐어 짜내다 보니 이제 더 쥐어 짜내려고 해도 나올 것이 없다. 은퇴 후에 느슨하고 단순하게 사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다. 바쁘게 해야 할 것이 거의 없다. 게다가 코로나로 매일 시간이 넘쳐날 판이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하면 모래 하면 된다.
다이어리에 보니 8월에도 약속은 오직 2건뿐이다. 취소하기 어려운 약속이라 살아남은 것이다. 결혼식에도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요즘에는 경조사 안내에 아예 계좌번호가 딸려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세상이 되었다. 경조사에도 가지 않고, 친구들 모임도 없어지고 나니 약속이 잡힐 일이 없다. 꼭 필요한 외출 아니면 거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잠자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게 되었다. 잠이 오면 한낮에도 자게 된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내가 새나라의 어린이도 아니고 꼭 그럴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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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문부재(閉門不在)라는 표현을 처음 보았다. 문이 닫혀 있고 사람이 없다는 뜻이라고 한다. 재판 중인 어떤 국회의원이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관련 서류를 일부러 받지 않은 것이라는 말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당사자는 알겠지만. 그런데 설마 그렇게까지 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했을까? 모두가 아는 국회의원인데. 아무튼 몇몇 정치인의 머릿속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그런 정치인들을 열렬히 성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가끔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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