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437)
2022년 7월 2일 새벽 0시 35분이 지났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딱히 어디가 아픈 것은 아니다. burn-out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요즘 일하는 것도 없으니 burn-out 일 수가 없다. 날씨 탓인지 아니면 계절 탓인지 숙면을 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사실 은퇴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다. 그때는 burn-out이기도 했고 불면증이기도 했다. 밤새고 출근하는 일이 잦다 보니. 은퇴했는데도 여전히 그 생활을 버리지 못했다. 사람들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그래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스트레스가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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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1학년 여름 방학에 양 사장, 김 원장, 길 선생과 함께 넷이 처음으로 함께 떠난 여행이 생각난다. 어떻게 그럴 생각을 했는지. 그때는 교복을 입고 돌아다녔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처음으로 만난 네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죽이 잘 맞을 수가 없었다. 1972년에 만났으니 벌써 50년 세월이 지났다. 모두 늙었지만 그때 그 얼굴이 크게 변하지는 않았다. 50년 동안이나 보고 지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 머리카락이 하얗게 된 사람도 있고, 많이 빠진 사람도 있고 조금 덜 빠진 사람도 있다. 얼굴 주름이 많이 생긴 사람도 있고.
그때 어쩌다가 여행 이야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다. 시골 출신으로 서울에 유학 중이던 양 사장(용문 출신)과 김 원장(하동 출신)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중앙선 완행을 타고 울산에 도착해서 양 사장의 큰 형님 댁에서 신세를 졌다. 양 사장과 나이차가 상당히 많았던 형님은 그때 이미 결혼하신 분이셨는데, 매끼 식사도 제공해 주셨고 방도 하나를 내어 주셨다. 그 집을 base camp로 해서 경주와 방어진 등을 보러 다녔다. 석굴암을 보러 갔는데 입장료가 너무 비싸 못 들어가고 근처 계곡에서 놀다 온 기억이 있다. 방어진에 일산 해수욕장이라고 있었는데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다.
울산에 며칠 머물다가 하동으로 옮겨가서 또 큰 신세를 지면서 며칠을 잘 먹고 놀았다. 대나무 밭을 그때 처음 보았다. 집 앞의 개천에서 낚시도 했다. 그때만 해도 물이 맑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학교 근처에 있던 김 원장의 하숙집은 아지트나 다름없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계속 붙어 다녔다. 길 선생이 미국으로 유학 가면서 9년간은 넷이 함께 모이지 못하기도 했지만, 길 선생이 귀국하고 나서 다시 연결이 되었다. 그 50년을 생각해 보니 기억나는 일이 참 많다. 그 사이 길 선생과 양 사장은 할아버지가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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