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37)
뭔 바람이 이리도 부는지. 한 여름의 폭염도 가고 이제 가을 기분을 낼 때가 되었는데, 9월의 첫날인 오늘 바람이 몹시 불어 불편하다. 스산한 바람소리는 한 겨울 삭풍을 생각나게 한다. 어제 뉴스에 보니 태풍급 강풍이라더니... 하지만 낮 기온이 아직은 높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사계절이 뚜렷하다고 배웠는데, 지금은 여름, 겨울이 길고 봄, 가을은 짧다. 올해의 폭염도 예년 같지 않다고 했고.... 용케 7~8월 한국의 폭염을 피해 포틀랜드에 있긴 했지만, 사실 거기도 더웠다. 38도를 웃도는 날씨가 며칠이나 있었다. 한국은 습도가 높고 포틀랜드는 습도가 낮아 괜찮았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낮의 그 열기에 집안은 온통 달궈진 상태여서 집에 있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열기가 밤 10시까지 계속되었다. 에어컨도 없어서 선풍기 만으로 그 열기를 막아내야 했다. 집안으로 열기가 들어오기 때문에 12시~7시 사이에는 문도 열어 놓을 수 없었다. 하지만 숨이 턱턱 막히는 한국의 폭염이 확실히 더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귀국일에 단 하루 겪었다. 짐을 찾아 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가는 사이에도 땀이 흘렀다. 좀 더운 옷차림을 한데다가 짐을 끌고 다니느라 힘든 탓이기도 했다. 아무튼 일단은 폭염의 시절이 지나가서 다행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덥겠지만. 그런 정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