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35)
귀국한지 5일이 되었다. 오늘 본가에 다녀오느라 4시간 정도 운전을 했다. 한 달동안 미국 촌에서 운전하고 왔더니 우리나라에서 운전하는 것이 새삼 힘들다. 그전에도 늘 겪었지만, 오늘도 역시 몰상식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차선 변경을 하려고 하는데 쏜살같이 달려온다. 도대체 왜 그런지 모르겠다. 깜빡이를 그렇게 오랫동안 켜도 기다려 주는 차가 별로 없다. 오늘 귀가하다가 강변북로에서 앰블런스를 만났는데, 모세의 기적은 없었다. 애타게 왱왱거려도 비켜주지 않는 차들이 너무 많다. 미국에서는 스쿨버스가 정차하면 양방향 차가 모두 서야 한다. 그것을 안 지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소방차도 마찬가지고 때로는 공무중인 경찰차가 있어도 옆으로 비켜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그렇게 될까. 끼여들기도 심하다. 실수했으면 조금 더 가서 돌아가면 되는데. 자신의 실수에 대한 대가를 치르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더 큰 사고가 난다. 뉴스에서 가끔 이해할 수 없는 교통사고를 본다. 교통신호를 지키면 그런 이상한 사고는 나지 않을텐데. 그렇게 신호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사고를 유발한다. 계양대로를 지나다 보면 내비에서 무단횡단이 많은 지역이라는 멘트가 나온다. 기가 막히다. 왕복 8차선인 계양대로를 무단횡단하는 사람들을 나도 보았다.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골목길은 말해 무엇하랴. 그래서 난 거의 골목길 운전은 하지 않는다. 언제 였던가. 꽤 오래전이긴 하다. 어린애 한 명이 길이 막혀 정차한 내 차 앞을 지나 건너편 길로 냅다 뛰어 길을 건너는 것을 보고, 가슴이 쿵쾅거린 적이 있다. 차가 오고 있어 틀림 없이 눈 앞에서 사고가 나는 줄 알았다. 천만 다행으로 오던 차가 그 아이 10cm 앞에서 급정거했다. 그 일을 보고 나서는 내게도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는 거의 골목길 운전은 하지 않는다. 언제 사람이 튀어 나올지 몰라 너무나 위험하다. 전반적으로 민도(民度)의 문제라고 할 수 밖에. OECD 국가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