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34)
반년 만에 딸을 보러 미국에 와 있다. 딸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 나도 환갑이 되었고, 집사람도 몇 년 내로 환갑이 된다. 내가 환갑이 되면, 스물여덟 살짜리 딸은 결혼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도 없고, 공부한다고 미국에 와서 저리 사는 것을 보니, 어느 세월에 결혼하게 될지. 이리 될 줄 알았으면 진작 하나 더 낳을 걸. 돌이켜 보면, 지금껏 살면서 가장 크게 후회하는 일이 딸 하나만 낳은 것이다. 일찍부터 그런 생각을 했어야 했는데. 딸이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부터는 현실적으로 그런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딸을 키우면서 그저 저 편한 대로 내버려 두었다. 하고 싶다고 하면 하라 하고, 하기 싫다고 하면 하지 말라 하고. 그렇게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 줄 알았다. 미국 생활도 본인이 원한 것이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내심 반대하고 싶었고, 말리고 싶었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안 살아와서 반대할 수도 말릴 수도 없었다. 미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혹시라도 쓸 만한 녀석을 만나 결혼한다고 하면 좋으련만. 길 선생 딸은 미국에서, 양 사장 아들은 호주에서 그렇게 결혼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