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 (1151)
2024년 11월 11일 밤 9시 25분이 다 되었다. 오늘도 하루가 잘 지나가고 있다. 오늘은 좀 늦은 시간에 산책을 나섰다. 산책을 생략할까 하다가 양 사장이 운동하기 좋은 날씨라고 톡을 보내서 용기를 얻고 나갔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저녁 8시를 넘겼기에 산책하기에는 좀 늦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4000보 정도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산책했다. 이 가게 저 가게를 구경하면서. 자영업자들은 이 시간에도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몇 시에 문을 닫는 것일까? 24시간 영업을 한다고 써붙인 곳도 있었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 손님이 있는지 모르겠다.
복권 판매점 앞에서 이런저런 광고 문구를 유심히 쳐다보는 남자가 있었다. 로또라도 사서 일확천금을 얻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희망을 갖지 않는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지금 사는데 힘든 것도 아닌데 나 같은 사람에게 로또 당첨이라는 횡재가 온다면 뭔가 모순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기야 벌써 오래전 이기는 한데, 어떤 범죄자가 로또 당첨으로 32억 원인가를 받았다고 했던 것 같다. 범죄자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누구도 모르게 선한 일을 했었나?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범죄자가 로또 당첨으로 그렇게 큰돈을 가져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돈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냐 마는, 내게는 그런 행운이 굴러들어 올 것 같지 않다. 그런 돈이 있다면, 서울로 이사 가고 싶다. 인천에 오래 살고 있으니. 1992년에 인천으로 왔으니 32년째 살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이사 가고 싶은 마음이 여러 번 있었다. 은퇴하고 나서는 더욱더 그랬고. 하지만 인천의 내 집을 팔아서는 서울 영등포 변두리에서조차 15평짜리 아파트도 못 살 판이다. 그것도 신축 아파트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고, 구축 아파트도 겨우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짐이 많아서 15평 아파트에는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서울 이사는 포기한 지 오래되었다.
복권 판매소 앞의 남자를 보고 나서, 그런 쪽으로 생각이 흘렀다. 인천 아파트에 큰 불만은 없다. 작은 불만은? 있다. 주차장이 작다. 그러다 보니 매너 없이 주차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밤 9시가 지나면 주차할 곳이 없어 길에다 차를 세워두어야 한다. 하지만 돈이 없어 그런 곳에 살아야 하니 감수하고 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서 있는데, 육두문자(肉頭文字)가 들렸다. 멀쩡하게 생긴 여자인데 혼잣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육두문자라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들리는데. 요즘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육두문자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인가?
꽤 불편하다. 육두문자를 못 알아 들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육두문자를 알아듣고 있다. 그 육두문자들 듣는 것이 불편해서 한국 영화를 거의 안 본다면 웃기는 것일까? 주위에 사람들이 있든 없든 아무렇지 않게 육두문자를 내뱉는 그 여자. 아마 서른도 안 되었을 같다. 누구랑 전화 통화를 하는 것 같은데 휴대폰은 안 들고 있다. 요즘은 휴대폰을 안 들고도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게는 걸어 다니면서 전화 통화를 할 용기도 마음도 없다. 아주 급한 전화라면, 다른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곳에 멈춰 서서 조용히 통화할 것 같다.
교육의 문제일까? 아닐 것 같다. 요즘 웬만한 사람은 거의 다 대학 출신일 것이다. 대학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대학 출신이라고 육두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없어서 그러는 것인지 잘 모르지만, 아무렇지 않게 육두문자를 내뱉는 사람들의 사회가 되어 버린 것 같다. 미국 영화에도 육두문자가 나오고, 불행하게도 몇 마디 육두 문자는 알아듣고 있다. 그런 것을 몰랐을 때가 좋았었는데. 그래서 최근의 미국 영화는 잘 안 본다. 가능하면 오래된 영화를 보고 있다. 육두문자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옛날 한국 영화에서도 그랬지만.
'이런저런 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어 가다 (1153) (0) | 2024.11.13 |
---|---|
늙어 가다 (1152) (0) | 2024.11.12 |
늙어 가다 (1150) (0) | 2024.11.10 |
늙어 가다 (1149) (0) | 2024.11.09 |
늙어 가다 (1148) (0) | 2024.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