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여행 3일 차 (1) (2024년 9월 3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끝도 없이 하다 보니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나이가 나이다 보니 자식들 이야기, 노후의 문제, 건강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죽은 뒤에 매장을 고집하는 누군가의 친척 이야기를 하면서, 화장해서 산골 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다. 죽어서 납골당 정도에는 들어가 있어야 자식이 덜 외롭지 않을까 하는 말도 나왔고. 상태가 나빠져서 일반 병원에 있다가 요양 병원으로 가던지 아니면 요양원으로 가는 것이 정해진 코스일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알고 있는 많은 분들이 이미 그런 코스를 밟아 저세상으로 가시지 않았던가?
이야기가 사뭇 진지해져서 그만 끊고 새벽 2시에 자러 들어갔다. 나는 5시 20분에 일어났다. 잠깐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잠도 오지 않고 해서. 밤 사이에 기온이 좀 내려가서 선풍기를 켜 놓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제 낮에는 너무 더워서 힘들었는데. 샤워하고 머리 감고 외출 준비를 마치고 쉬고 있는데 양 사장도 일어났다. 양 사장이 외출 준비를 끝내고 나서 길 선생도 일어나서 외출 준비를 했다. 오늘 첫 일정은 9시에 박경리 기념관에 가는 것이다. 7시 30분쯤에 양 사장이 라면을 끓였다. 스프는 2개만 넣었고 숙소에 있던 계란 3개를 풀어 넣었다.
양 사장이 사 온 열무김치와 멸치를 반찬으로 해서. 그런데 라면에 물이 좀 부족했다. 어제 길 선생 작품이 좋았는데.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이렇게 아침에 이틀 연속으로 라면을 먹었던 적은 결혼 이후에는 처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틀밤을 보낸 숙소에서 철수해야 한다. 편안하게 잘 머물렀다. 설거지를 끝내고 양 사장이 진공청소기로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청소했다. 다음에 또 빌려 쓰려면 이런 정도는 해 놔야 한다면서. 8시 55분쯤에 숙소를 나섰다. 숙소 바로 앞이 연명항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유령 도시가 되었다고 하더니.
9시에 연명항을 떠나 박경리 기념관으로 갔다. 어제 휴관이라 전시관에 들리지 못했었다. 9시 15분이 못 되어 박경리 기념관에 도착했다. 가는 길에 보니 펜션과 카페가 많이 보였다. 하지만 비수기가 시작되어서 손님들은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이제 통영은 완전히 관광 도시가 되었나 보다. 산업이 없다 보니 젊은이들은 빠져나가고. 우리가 기념관의 첫 방문객이었다. 어제 한 바퀴 둘러보았기 때문에 오늘은 전시관만 구경하면 된다. 전시관 입장료는 없었다. 무슨 돈으로 전시관을 운영하는지 궁금했다. 양 사장과 길 선생 말로는 아마 시에서 운영할 것이라고 한다.
박경리에 대한 많은 정보를 볼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토지'를 읽지 못했다. 드라마와 만화로 봐서 내용을 대충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12권짜리 청소년용 토지는 읽어본 적이 있다. 워낙에 긴 작품이라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양 사장 말로는 약간 지루한 감도 있다고 한다. 새로운 것을 많이 봤다. 박경리가 시를 썼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어제 길 선생이 찾은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가 적힌 시도 보았다. 박경리의 삶과 문학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았다. 상영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 양 사장이 부탁해서 볼 수 있었다. 양 사장이 대표로 방명록에 한 마디 적었다.
나는 박경리의 <일본산고(日本散考)>라는 책을 하나 샀다. 셋이서 박경리 동상이 있는 곳에서 잠시 앉아 통영 바다를 바라보다가 10시에 문을 여는 카페로 갔다. 양 사장은 자몽 에이드, 길 선생은 뜨거운 고구마 라테, 그리고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팥빙수가 맛있다고 해서 그것도 하나 주문해서 나누어 먹었다. 얼음을 갈아 팥을 잔뜩 넣은 것이었다. 옛날에 먹던. 길 선생이 '설빙'이라는 곳에 한번 가보라고 한다. 나는 말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중늙은이가 가도 되는 곳인지 모르겠다. 길 선생도 아들하고 갔었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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