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

(책) 김아리 편역 -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지족재 2023. 5. 16. 20:42

(책) 김아리 편역 - 우주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돌베게) 

 

이 책은 2006년에 초판 1쇄가 발행되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2008년에 발행된 초판 2쇄이다. 이 책은 홍대용의 <담헌서> 내용을 추려 번역한 것이다. 홍대용에 관심이 있을 무렵에 산 책이다. 홍대용에 관한 전문서는 아니고 대중서로 보아야 하지만, 읽기가 쉽지는 않다. 특히 <의산문답>이 그렇다. 27쪽에 보니 그가 주장하는 독서 방법이 나와 있다. "한번 읽고 한번 외우고 한번 본다. 그것을 삼사십 번 반복한다." 그 당시 선비들의 공부 방법은 그것이 일반적이었나 보다. 나는 단 한 번도 그렇게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책을 몇 번 정도 다시 읽어 본 적은 좀 있지만. 

 

나도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책을 백 번 읽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외운다고 했으니 보통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공부를 해야 했었는데. 글쎄 요즘도 고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아무튼 어떤 책이든 백 번 정도 읽으면 그 뜻을 저절로 잘  알게 될 것 같기는 하다. 생각해 보니 어렸을 때는 잘 외우기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뜻도 모른 채 외웠던 것들이 많이 있다. 이해하려고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홍대용은 실학을 지향했던 사람이다. 그러니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 글을 짓는 것에 반감을 가지고 있다. 86쪽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반평생동안 정신을 소모하면서 쓸데없는 일백여 권의 글을 짓는다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입니다. 그런 글들은 사람들의 의견만 혼란시킬 뿐이고, 세상을 교화하는 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쩐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해 보니 대학에 있으면서 백 편이 넘는 논문을 썼다. 29년 동안 정신을 소모하면서. 쓸데없는 글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