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가다(30).
오늘 저녁에 장마다운 비가 왔다. 요즘 공사중인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귀가하는 중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만났다. 요즘 사고도 많고 해서 긴장 속에 겨우 겨우 집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어느 새 6월이 지나 7월이 되었다. 반년이 훌쩍 가버렸다. 다시는 못올 날들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하루 하루를 소중하게 살아야 하는데 과연 그렇게 보내고 있는지..
학기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이번 학기엔 유난히 힘들었다. 지금까지 그런 학생들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번 학기에 만난 몇몇 녀석들은 정말 날 힘들게 했다. 안 그런 녀석들이 더 많았지만, 하필 그런 몇몇 녀석들을 만나서 무턱이나 힘들었다. 화를 안내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요즘 세상에는 화도 함부로 내서는 안되는지라 참고 또 참았지만, 자존심은 엄청 훼손되었다. 화내고 싶었고 수업도 거부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연히 구설에 올라 은퇴에 지장 받을까 해서.. 딸보다도 어린 녀석들에게 속내를 보이지 않기 위해 애썼다. 완곡하게 남의 사례를 들어 이야기 했지만, 그것이 자신들 이야기인 줄도 모르는 녀석들이니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한 주 한 주가 힘들었다.
K 선생에게 부탁했다. 겸연쩍기는 했지만. 내년부터는 그런 녀석들을 만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24년이 다 되었지만, 이전에는 그런 녀석들을 만난 적이 없었기에, 내상이 심했고 지금도 여전히 그 불쾌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는 그런 녀석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고참이라는 것을 핑계로 부탁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