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인천상륙작전 1~6 (윤태호, 한겨레출판)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2013~2014년에 발행된 초판 1쇄이다. 애초에 웹툰으로 연재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만화에서는 해방부터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까지의 몇 년간을 다루고 있다. 베이비 붐 세대에 속하는 나는 이 시기의 한국 역사를 국사 시간에 현대사라는 이름으로 배웠다. 그러다 보니 사실 그 시기를 직접 겪은 사람들이 갖는 감정을 그대로 공유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도 많이 공감하는 편이기는 하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바로 그 격동의 시대를 살아내셨기에.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갑작스럽게 찾아온 해방 정국은 상당히 혼란스러웠고 우익과 좌익의 대립은 극단적이었다고 한다.
운 나쁘게도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시대를 살아가셔야 했다. 태어나 보니 왜정 시대였고 살다 보니 어쩌다 해방이 되고 5년 만에 불행하게도 한국 전쟁이 발발했다. 만화의 주인공 안상근과 안상배도 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런 시대를 살아가야 했다. 주인공 안상근과 안상배는 가공의 인물이지만, 정말 그 당시에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만화에서는 두 주인공이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겪어나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형 안상근이나 동생 안상배는 모두 그 시대를 어떻게든 살아내기 위해 각자 나름대로 처신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형 안상근은 수동적으로 그리고 동생 안상배는 능동적으로 처신했다. 한상근은 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그냥 평범한 소시민으로 살고 싶어 했던 그런 마음의 소유자이었지만, 피난길의 한강 인도교 폭격으로 팔 하나만 남은 불구자가 되고 만다. 북한군의 도움으로 살아났지만, 살기 위해 북한군의 요구대로 북한군에게 끌려다니면서 미국을 비난하는 연설을 하면서 연명해야 했다. 서울 수복 후에는 결국 북한 부역자로 아내와 함께 길거리에서 살해되고 아들 철구는 전쟁고아가 되고 만다. 그나마 운 좋게도 그를 가련하게 본 미군이 철구를 입양해서 미국으로 데리고 간다.
형 안상근과는 완전히 다른 인격의 소유자인 동생 안상배는 왜정 시대에 친일 경찰의 앞잡이로 살다가 해방이 되자 친일파로 몰려 죽을 뻔했다. 하지만 위기를 넘기고 발 빠른 변신을 하면서 또다시 세력가에 빌붙어 살게 된다. 안상배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협박과 폭행은 물론이고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악당이다. 하지만 생활력이 없는 형 안상근이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도 결국은 인천상륙작전 때의 포격으로 죽고 만다. 그렇게 안상근과 안상배 형제는 한국전쟁 중에 사망하고 오직 안상근의 아들 철구만이 간신히 살아남게 된다.
웹툰을 종이로 옮긴 것이다 보니 그림체가 상당히 독특하다는 생각을 했다. 웹툰을 종이로 옮기면 다 이렇게 되는 것인가? 잘 모르겠다. 전통적인 만화 그림체는 아니라고 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내가 선호하는 만화 그림체는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불만은 없다. 스토리가 워낙 잘 짜여 있어서. 그래서 윤태호의 만화를 본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미국에 갈 수 있었던 전쟁고아 철구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 이어지지 않아서 알 수 없지만 잘 살고 있겠지. 전쟁고아로 미군부대에서 하우스보이로 살다가 미군에게 입양되어 미국에 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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